영국 옥스퍼드샤이어(OXFORDSHIRE),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콘쇼호켄(CONSHOHOCKEN),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 등에 근거지를 둔 이뮤노코어(Immunocore Limited)는 포도막(葡萄膜) 흑색종 치료제 ‘킴트랙’(Kimmtrak 성분명 테벤타푸스프-tebn, tebentafusp-teb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으로 승인받았다고 2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킴트랙은 이번에 ‘HLA-A*02:01’ 양성, 성인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포도막 흑색종(metastatic uveal melanoma, mUM)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특히 FDA 사상 최초의 T세포수용체(TCR) 치료제이자, 최초의 고형암 치료용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engager), 최초의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포도막 흑색종 치료제로 기록됐다.
포도막흑색종은 눈의 홍채, 모양체(ciliary body), 맥락막(choroid)을 포함한 포도막(uvea)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형태의 흑색종이다. 포도막흑색종 환자들은 비문증, 시력저하, 시야장애, 망막박리, 통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포도막흑색종 진단을 받은 환자의 절반 정도는 전이성 포도막흑색종으로 진행되며, 전이가 진행된 환자들 중 1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1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뮤노코어는 암, 자가면역질환,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계열의 T세포수용체 이중특이성 면역요법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생명공학기업이다. 킴트랙은 가용성 T 세포 수용체에 항-CD3 면역 이펙터(immune-effector) 기능에 융합된 새로운 구조의 이중특이적 T세포 관여항체(engager)다. 흑색종에서는 멜라닌 세포와 흑색종에서 발현되는 계통 항원인 gp100을 특이적으로 표적한다. 이는 종양세포를 인식하고 죽이기 위해 T세포를 리디렉션(redirect)하고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이뮤노코어만의 ‘ImmTAC’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최초의 항체단백질 분자다.
이 회사 바히자 잘랄(Bahija Jallal) 대표는 “이번 킴트랙 승인은 역사적인 성과이자 수년 간 계속된 우리 연구팀의 헌신적 노력에 따른 결실”이라며 “미국에서 해마다 수 백명의 환자들이 전이성 포도막 흑색종을 진단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허가를 취득한 치료 옵션이 없었던 상황에서 킴트랙은 생존기간 연장 등 유익성을 입증한 최초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초의 T세포 수용체 치료제를 개발해 허가까지 획득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를 계기로 다른 암과 크게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가 존재하는 질환들에 대응할 혁신적 T세포 수용체 치료제들을 발굴하는 데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펜실베이니아주립대병원(UPMC) 힐먼암센터(Hillman Cancer Center) 흑색종연구소의 존 커크우드(John Kirkwood) 소장은 “포도막 흑색종은 황폐한 질환의 하나로 역사적으로 전이기에 진입하면 1년 이내에 사망했다”며 “킴트랙 승인으로 공격적인 전이성 포도막 흑색종을 치료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킴트랙은 이뮤노코어가 진행한 3상 ‘IMCgp100-202’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됐다. 임상 결과는 지난해 9월 23일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임상시험은 앞서 치료한 적이 없는 전이성 포도막 흑색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킴트랙 투여군과 연구자(의사)가 선택한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미국 머크의 키트루다주) 또는 이필리무맙(ipilimumab,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여보이주) 또는 다카르바진(dacarbazine, 브랜드명 DTIC, DTIC-Dome, imidazole carboxamide) 등으로 치료하는 대조군을 무작위로 2대1(252명 대 126명, 총 378명)로 배정해 전체생존기간(OS)을 비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3상이었다. 대조군의 3가지 약물에 대한 배정 비율은 각각 82%, 13%, 6%였다.
그 결과 킴트랙의 OS(1차 평가지표)는 21.7개월로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기존 3가지 1차 항암제의 16개월을 압도했다. 킴트랙 투여군은 총 생존기간 위험비(HR)가 0.51로 나타나 대조군과 비교해 사망 위험성을 4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은 각각 3.3개월, 2.9개월로 유의성을 확보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유익성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거나 독성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종양이 진행될 때까지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
킴트랙은 평가가 가능한 환자(245명)의 89%에서 사이토킨방출증후군(CRS)이 발생했다. 3등급이 0.8%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었으며, 4등급이나 치명적인 CRS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처음 3회 주입 후 매회 최소 16시간 모니터링한 결과로 CRS의 징후로는 발열, 저혈압, 저산소증, 오한, 메스꺼움, 구토, 발진, 아미노전이효소 증가, 피로, 두통 등을 포함할 수 있다. CRS는 적절한 관리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관련 경고문을 돌출주의문(boxed warning) 형태로 제품 겉면에 표기해야 한다.
3등급 이상의 가장 빈도 높은 부작용은 발진(18%), 발열(4%), 가려움증(5%)이었다. 간염증을 나타내는 효소의 상승이 킴트랙 투여군의 65%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치료 시작 전과 도중에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T), 총 혈빌리루빈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킴트랙은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등으로 지정받았고 ‘항암제 실시간심사’ 및 ‘오르비스 프로젝트’를 거쳐 신속한 심사를 거쳤다.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당초 오는 2월 23일에 심사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4주나 앞서 승인이 나왔다. 향후 몇 주 안에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오르비스 프로젝트에 따라 현재 유럽의약품청(EMA),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 캐나다 보건부, 호주 의료제품관리기구(TGA) 등에서도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유럽연합에서 신속심사(Accelerated Assessment), 영국에서 유망혁신의약품(Promising Innovative Medicine, PIM, 우선심사)으로 지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