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및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제약‧진단의학 기업 옵코헬스(OPKO Health)는 장기지속형 인간성장호르몬제 소마트로곤(somatrogon)의 신약허가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거절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FDA는 대응종결서신(CRL)을 통해 이를 통보했으며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의 불안정성이 승인의 거부 사유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소마트로곤은 매일 투여해야 하는 기존 요법제들과 달리 소아 GHD 환자에게 주 1회 투여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소마트로곤은 성장호르몬에 C-말단 펩타이드(C-Terminus Peptide, CTP) 3개(총 28개 아미노산)을 붙인 것으로 반감기를 늘려 작용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의 N-말단 부위에서 융모성 생식선자극 호르몬 (human chorionic gonadotropin hormone, hCG)의 베타사슬에서 유래된 CTP가 하나 붙고, 성장호르몬의 C-말단 부위에 2개의 복제된 CTP가 붙는 아미노산 배열을 이룬다.
두 회사는 2014년 12월 소마트로곤을 글로벌 시장 목표로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제휴를 맺었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옵코헬스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왔고, 화이자는 허가 취득과 시판을 맡기로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4일 FDA에 소마트로곤의 바이오의약품승인신청(BLA)을 제출했으며, 같은 해 9월 FDA는 소마트로곤에 대한 심사기간을 3개월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화이자의 글로벌 제품개발 부문 브렌다 쿠퍼스톤(Brenda Cooperstone) 희귀질환 담당 최고개발책임자(CDO)는 “소마트로곤이 세계 각국의 환자들에게 제공할 잠재적 치료 유익성에 대한 확신은 변함이 없다”며 “FDA과 긴밀히 협력해 주 1회 투여용 치료옵션이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와 보호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일본 후생노동성은 소마트로곤을 불충분한 내인성 성장호르몬의 분비로 인한 소아 성장부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장기요법제로 이달 20일 승인했다.
소마트로곤은 일본에서 ‘엔젠라’(NGENLA) 브랜드로 24mg 펜 및 60mg 펜 주사제로 발매에 들어가게 됐다. 앞서 지난해에 캐나다와 호주에서 허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12월 17일 유럽 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불충분한 성장호르몬 분비로 인한 3세 이상의 소아 및 청소년 성장장애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소마트로곤을 허가토록 권고하는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소마트로곤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반면 소마트로곤의 라이벌이었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혁신 바이오기업 아센디스파마(Ascendis Pharma, 나스닥 ASND)가 개발한 최초의 주 1회 투여 소아 GHD 치료제 ‘스카이트로파’(Skytrofa, lonapegsomatropin-tcgd)는 2021년 8월 25일 FDA 승인을 받았다. 소아를 위한 장기지속형으로는 첫 GHD 제제다.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에 출시돼 한창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투여 52주차에 주 1회 스카이트로파 치료군과 매일 소마트로핀 치료군의 연간 키 성장속도(Annualized Height Velocity, AHV)는 각각 11.2 cm/year, 10.3 cm/year로 0.9 cm/year 차이를 보였다.
반면 주1회 소마트로곤 투여군은 매일 소마트로핀 치료군에 비해 52주차 AHV 표준편차가 0.33cm/year에 그쳤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비열등성을 입증했으나 스카이트로파보다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 것이 유효성 검증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요인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