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적 결과 혼재 속 내년 상반기 신약 신청 … 경쟁 신약후보 액솜 ‘AXS-05’, 세이지 ‘주라놀론’도 흠집 있긴 마찬가지
애브비가 항정신병약인 ‘브레일라’(Vraylar 성분명 카리프라진, Cariprazine)를 우울증 치료제로 평가한 임상시험에서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연구결과를 얻었다. 2건의 3상 시험 중 하나에서 하루 1.5mg 용량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시험에서는 1차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또 3.0 mg 용량은 두 가지 임상시험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브비는 2022년 상반기에 주요우울장애의 보조치료제로 브레일라의 신약승인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날 공개된 Study 3111-301-001 연구에서 브레일라가 6주차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평가척도(Montgomery-Åsberg Depression Rating Scale, MADRS) 총점에서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일라 1.5mg/일 용량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6주차 MADRS 총점이 위약군에 비해 개선됐다 (p값=0.0050). 그러나 브레일라 3.0mg/일 용량을 투여한 환자는 MADRS 총점이 개선되긴 했지만 애브비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p값 0.0727). p값이 낮을수록 신뢰 수준이 높은 것으로 통계학에서는 p값이 0.05 이하여야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해준다.
두 번째 연구인 Study 3111-302-001에서 브레일라는 6주차 MADRS 총점이 개선되긴 했지만 두 가지 용량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발표된 임상 2/3상 RGH-MD-75 연구에서는 기존 항우울제 치료에 브레일라 2.0~4.5mg/일의 용량을 유연하게 조정해 병용한 환자는 8주차 MADRS 총점수가 개선돼 1차 평가변수가 충족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애브비는 3111-301-001과 RGH-MD-75 연구에서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 FDA에 브레일라의 적응증 추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 임상시험 3건에서 브레일라의 안전성 결과는 이미 알려진 안전성 프로필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좌불안석증, 구역, 불면증, 두통, 졸림 등이다. 임상시험의 자세한 결과는 차후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브레일라는 이미 하루 한번 복용하는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서 성인의 양극성장애 관련 조증 또는 혼합 삽화 급성 치료(3~6mg/일), 또는 양극성장애 1형 관련 우울증 삽화(양극성 우울증 1.5mg 또는 3mg)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성인의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로도 승인돼 있다. 애브비는 헝가리 제약사 게데온리히터(Gedeon Richter)와 이 약을 공동 개발했으며 애브비가 엘러간을 인수하면서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했다.
브레일라의 작용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도파민D₃, 도파민D₂ 부분 작용제다. 시험관내 시험에서 카리프라진은 도파민D₃ 수용체에 대해 도파민D₂ 수용체 대비 최대 8배나 높은 친화성을 입증했다. 아울러 세로토닌 5-HT 1A 수용체에서 부분적 작용제로 활성을 보인다. 세로토닌 5-HT 2B 및 5-HT 2A 수용체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의 결합 친화도를 가지며 길항제로서 작용한다.
요약하면 브레일라의 효능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D₃ 및 D₂, 세로토닌 5-HT 1A 수용체에서 부분적 작용제로 활성을 보이고, 세로토닌 5-HT 2B 및 5-HT 2A 수용체에서의 길항제로서 활성을 보이는 것이 조합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리프라진은 약력학 연구에서 도파민D₃(특히 강함), 도파민D₂, 5-HT 1A에서 높은 결합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카리프라진은 히스타민 H1 수용체에 결합하고, 세로토닌 5-HT 2C 및 α1A-아드레날린성 수용체에 대한 결합 친화도가 낮으며, 콜린성 무스카린 수용체에 대한 친화력이 없다. 다만 이는 시험관내 데이터의 특성이고 임상적 중요성이나 활용 가능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애브비의 마이클 세베리노(Michael Severino) 이사회 부의장 겸 연구개발 부문 사장은 “주요우울장애는 가장 흔하고 심각한 정신질환 중 하나이며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 쇠약하게 만드는 질환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경험하지 못한다”며 “자사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카리프라진이 이러한 환자의 보조요법으로서 혜택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애브비의 브레일라 매출은 4억6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하면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올 3월 세계 8대 주요시장에서 주요우울장애 치료제 시장은 2029년에 78억7000만달러로 성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이 회사 분석가인 필리파 솔터(Philippa Salter)는 액솜테라퓨틱스(Axsome Therapeutics)의 ‘AXS-05’(성분명 덱스트로메토르판-부프로피온, dextromethorphan-bupropion)를 가장 유망한 파이프라인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FDA는 지난 8월 말에 AXS-05 효과의 지속성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액솜의 신약승인신청 결정을 연기했다.
액솜의 라이벌인 세이지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는 신약후보인 주라놀론(zuranolone 코드명 SAGE-217, BIIB125)은 지난 10월 중순 발표된 ‘LANDSCAPE’ 및 ‘NEST’ 3상 임상에서 불안증과 불면증(sleep loss)을 포함해 우울증에 수반되는 증상들을 대단히 일관되고,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감소시킴을 입증하고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2차 평가지표를 놓쳤고 우울증 증상 완화에 대한 효능의 빠른 감소를 포함하여 혼란스런 결과도 보여줬다.
바이오젠은 작년 11월 27일 15억2500만달러를 투자해 세이지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주라놀론은 ‘CORAL’ 임상을 통해 기존 표준요법제와 병용하면 우울증이 신속하게 완화됨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산후우울증 301-SKYLARK’ 임상이 마무리되면 주요우울장애 적응증 심사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면서 산후우울증 허가신청 자료를 따로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