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억제제가 안전성을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막혀 있는 가운데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튼(WILMINGTON) 소재 인사이트코퍼레이션(Incyte Corporation)이 개발한 아토피피부염 외용제 ‘옵젤루라 크림’(Opzelura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이 지난 21일 미국서 허가를 얻었다.
또 하루 만에 동일 성분의 ‘자카비정’(Jakafi)이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이식편대숙주병(GVHD) 치료제로 22일 FDA 승인을 획득했다. 자카비는 2019년에 ‘급성’ 이식편대숙주병으로 승인받았으며 이번 추가 적응증 확대 이전에 이미 ‘만성’으로 오프라벨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자카비가 12개 이상의 다른 치료제와 함께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지침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6월 중순 옵젤루라와 자카비정에 대해 각각 3개월씩 승인이 지연된 장애물이 걷어졌다.
JAK 억제제는 화이자의 ‘젤잔즈정’(Xel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citinib), 애브비의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 릴리의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 등은 강직성 척추염, 아토피피부염, 건선성관절염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려다 정지 중인 상태다. FDA가 젤잔즈의 혈전형성 및 심장 안전성 등을 이유로 여타 JAK 억제제에 대한 추가 적응증 승인을 막고 있어서다.
이번에 인사이트는 바르는 국소치료제로서 ‘옵젤루라’를 승인받았다. JAK 억제제 계열에서 크림 제형이 허가받은 것은 최초다. 옵젤루라는 다른 국소처방약에 적합하지 않거나 실패한 12세 이상의 경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TRuE-AD1 및 TRuE-AD2 3상에서 매일 두 번 옵젤루라를 바른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피부가 깨끗해지고 가려움증이 감소했다. 8주간의 치료 후, TRUE-AD1의 옵젤루라 환자 53.8%, TRUE-AD2의 51.3%가 맑거나 거의 맑은 피부를 보였다. 반면 두 임상에서 대조군 환자는 각각 15.1%, 7.6%만이 개선을 보였다.
옵젤루라가 삼엄해진 FDA 심사를 통과하긴 했지만 라벨에 JAK 억제제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부작용을 블랙박스 경고 형태로 부착해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심각한 감염, 사망, 암, 심장 관련 사건, 혈전 생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문으로 이미 다른 경구용 JAK 억제제에도 기입돼 있다. 이에 따라 환자에게 이 약의 사용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조망했다.
인사이트는 ‘2030 컨센서스’에 따라 옵젤루라의 최고 매출을 연 15억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주식투자기관인 SVB Leerink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베렌스(Andrew Berens)는 옵젤루라 매출이 3억7700만달러, 위험성을 감안한 조정매출로도 5억6000만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FDA는 다만 같은 JAK 억제제인 인사이트의 ‘자카비정’(Jakafi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인레빅’(Inrebic, 성분명 페드라티닙 fedratinib)은 관절염이나 아토피부피부염 같은 염증성질환 치료 적응증을 획득하지 않아 젤잔즈, 올루미언트, 린버크에 붙을 경고문 삽입이 일단 면제됐다. 자카비는 골수섬유화증 및 진성적혈구증가증, 인레빅은 골수섬유화증 등 혈액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는 크림 제형에도 FDA가 블랙박스 경고문 부착을 요구하면서, JAK 억제제의 모든 염증질환(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 판상 건선 등)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강해졌다.
따라서 옵젤루라의 활용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016년 FDA로부터 허가받은 화이자의 PDE4 억제제 ‘유크리사’(Eucrisa 성분명 크리사보롤 Crisaborole) 등의 크림 치료제가 저조한 상업적 성과를 보인 것을 감안해 옵젤루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만성 이식편대숙주병 치료제로 승인된 자카비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주식투자기관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애널리스트인 알레시아 영(Alethia Young)은 “미국에는 약 1만4000명의 만성 이식편대숙주병 환자가 살고 있으며 이 중 거의 절반이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옵젤루라가 자카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비는 3상 Reach3 임상에서 전도유망한 패기를 입증했다.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GVHD 환자 중 49.7%에서 치료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기존 최선치료법(best available therapy)의 25.6%와 비교된다.
올해 초 투자자 노트에서 투자기관인 제프리스(Jefferies)의 분석가인 비렌 아민(Biren Amin)은 “NCCN에서 권장하는 여러 약물 중 한 가지 전신작용제(경구약)만을 추천하는 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당시 아민은 자카비가 2022년에 만성 GVHD에서 2억9300만달러의 매출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프리스는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연간 평균 24명의 만성 GVHD 환자를 치료하는 25명의 미국 내 혈액학 및 이식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칼시뉴린 억제제가 34%의 시장점유율로 스테로이드-불응성 영역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카비가 15%로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번째 치료제 선택 라인에서 자카비는 1위 또는 2위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설문에 참여한 의사의 92%가 만성 GVHD의 2차 및 3차 치료에 주로 자카비를 처방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거대 제약회사인 사노피는 지난 8일 19억달러에 면역질환 전문제약사인 카드몬(Kadmon)을 인수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는 만성 GVHD 시장에서 이미 승인받은 ‘레주록’(Rezurock 성분명 벨루모수딜 belumosudil, 옛 belumodsil, 개발코드명 KD025)을 사들였다. 레주록은 이전에 두 가지 전신요법에 실패한 환자를 위한 만성 GVHD 치료제로 지난 7월에 FDA 승인을 받았다.
제프리스의 설문조사에서 의사의 88%가 레주록을 3차 치료제 이상으로 처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ROCK 억제제인 제루록이 자카비 투여로 실패한 이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아민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