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대 PD-1 차단 면역관문억제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가 방광암에서 긍정적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옵디보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과거의 신보조 항암화학요법제 치료 여부, 결절의 침범 정도, PD-L1 수치 등과 상관없이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 위험도가 높은(high-risk, HR) 근육침습성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위한 보조요법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에 질세라 키트루다는 지난달 31일 백금착제 함유 항암 화학요법이 부적합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제로 기존 가속승인에서 정식승인으로 승격되면서 라벨도 정정했다.
옵디보는 방광암 분야에 두번째 적응증을 획득했다. 키트루다는 이미 3가지 적응증을 확보해놓은 이 시장의 터줏대감이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옵디보가 수술 후 재발위험이 높은 방광암의 조기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최초의 PD-1/PD-L1 계열 면역항암제로 등장함으로써 키트루다와 차별화를 꾀하고 시장을 잠식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옵디보, 2017년 첫 방광암 적응증 획득 이후 세계 유일 적응증 추가
옵디보는 240mg 용량 2주 1회 정맥주사 투여요법 또는 480mg 용량 4주 1회 투여요법으로 수술 후 방광암 환자에게 투여된다.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3상 ‘CheckMate-274’ 임상은 올해 2월 11~1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생식기암 심포지엄(2021 ASCO Genitourinary Cancers Symposium, ASCO GU 2021)에서 소개됐고 지난 6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실렸다.
이 임상에서 재발 위험이 높은 근육침습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투여할 경우 무병생존기간(disease free survival, DFS)이 20.8개월에 달해 위약대조군의 10.8개월의 2배에 가까웠다. 암 재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PD-L1 1% 이상 발현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비교해보면 옵디보 투여군(353명)은 1년간의 추적기간 동안 아직 도출되지 않은 반면 위약대조군(356명)은 8.4개월로 집계됐다.
DFS가 6개월 동안 지속된 환자 비율은 각각 74.9%와 60.3%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PD-L1 발현 수준 1% 이상 환자 집단에서도 유사했다. 6개월 DFS 비율은 각각 74.5%, 55.7%로 조사됐다
또 옵디보 투여군은 종양이 재발되었거나 환자가 사망에 이른 비율이 위약 대조군 대비 30% 낮았다. PD-L1 발현 1% 이상 환자에서는 이 비율이 45%로 더 낮아졌다.
옵디보는 요로상피관 외부(비 방광)에서의 재발이 없는 환자 수와 비율도 위약군에 비해 높았다. 실제 치료의향집단(ITT)에서 요로상피관 외부 재발이 없는 환자의 생존기간(중앙값)은 옵디보군이 22.9개월, 위약군이 13.7개월이었다.
생존 6개월째에 요로상피관 외부 재발이 없는 환자의 비율은 치료의향집단에서 옵디보 투여군 77%로, 위약 대조군(62.7%)보다 높았다. PD-L1 1% 이상 발현 환자군에서도 옵디보군의 생존 6개월째 요로상피관 외부 재발이 없는 환자 비율은 75.3%로 위약군 56.7%보다 높았다.
CheckMate-274 임상을 총괄한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소재 아이칸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매튜 갤스키(Matthew D Galsky) 비뇨생식기종양 교수는 “옵디보의 방광암 적응증 승인은 방광 또는 요로의 일부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은 요로상피세포암종의 재발 위험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긴 커다란 성과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수술 후 방광암 환자의 새로운 표준요법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정표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BMS의 미국 심혈관계치료제‧면역요법제·항암제 부문의 아담 렌코우스키(Adam Lenkowsky) 대표는 “이번 승인은 방광암 분야의 첫 승인이자 PD-1 억제제로 처음 허가를 취득한 3번째 유형의 종양에 대한 승인”이라며 “이번 가속승인을 정식승인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옵디보는 2017년 2월 2일 백금착제 항암제를 포함한 항암화학요법제로 치료를 진행 중이거나 진행한 후 종양이 재발되었거나, 백금착제 항암제를 포함한 신보조요법제 및 보조요법제를 사용해 치료한 뒤 12개월 이내에 종양이 진행된 요로상피세포암종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키트루다, 방광암 정식승인 승격 … 적응증은 기존보다 축소, 3상 실패 반영
FDA는 지난달 31일 키트루다의 방광암 적응증을 가속승인에서 정식승인으로 올리면서 라벨의 적응증 범위를 기존보다 축소 수정했다.
새로 업데이트된 키트루다 라벨은 백금 함유 항암 화학요법이 부적합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치료 용도로 수정했다. 이전의 라벨은 시스플라틴 함유 화학요법이 부적합하고 종양 PD-L1 발현 양성(복합양성점수(CPS) 10 이상)인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방광암) 환자 또는 PD-L1 상태에 관계없이 백금 함유 화학요법이 부적합한 환자의 치료였다.
가속승인을 정식승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진행된 후속 3상 확증시험 KEYNOTE-361 결과에 의하면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키트루다+화학요법 병용요법은 백금 함유 화학요법이 적합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표준 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 또는 무진행 생존기간의 이중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라벨 업데이트는 시판 후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면역항암제 분야 가속승인을 전반적으로 재평가하는 지난 4월말에 열린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당시 자문위원회는 키트루다의 방광암 적응증 유지에 대해 5대3 찬성으로 가속승인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머크리서치래버러토리의 스콧 에빙하우스(Scot Ebbinghaus) 임상연구 총괄 부사장은 “치료 환경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백금 함유 화학요법이 부적합한 특정 유형의 진행성 요로상피암을 새로 진단받은 적절한 환자에 대한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는 이같은 방광암 1차 치료제 적응증 외에도 백금 함유 화학요법 도중 또는 이후 병이 진행되거나, 백금 화학요법을 수술 전 보조요법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투여했음에도 12개월 이내에 병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또 2020년 1월 8일 방광절제술(cystectomy)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기로 선택한 유두종양이 있거나 없는 표재성암(Tis 병기)을 가졌으며 BCG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 비(非)근육침습성 방광암(Non-Muscle Invasive Bladder Cancer, NMIBC) 환자의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키트루다의 백금착제 항암제 부적합 방광암, 백금착제 항암제 치료 후 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은 범위는 넓되 돋보이는 차별성은 부족하다. 그러나 2020년 1월에 새로 획득한 적응증은 다른 면역항암제가 갖지 못한 독보적인 분야다.
이에 비해 이번에 옵디보가 획득한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 위험이 높은 근육침습성 방광암(Muscle Invasive Bladder Cancer, MIBC)의 보조치료제다. 근육침습성 요로상피암의 표준치료는 시스플라틴 기반 화학요법에 이은 근치적 수술이지만 일부 환자들은 신기능 저하 등 시스플라틴 투여가 부적절해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
방광암은 초기에 대부분 NMIBC으로 진단된다. 수술 및 항암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NMIBC 환자의 약 30%(25~75%)가 MIBC로 진행된다. 방광절제술 후 MIBC 환자의 약 50%가 국소 또는 전신 재발을 겪으며 이후에 질병에 굴복하고 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옵디보의 신규 적응증은 다소 좁지만 특화된 시장이 존재한다.
한편 로슈 및 제넨텍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은 지난 3월 7일 이전에 백금착제 항암제 치료를 받은 전이성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 치료제 적응증(가속승인)을 FDA와 협의해 자진 철회했다. 물론 PD-L1 양성이면서 시스플라틴 치료가 부적합한 방광암, PD-L1에 상관없이 백금착제 포함 화학요법 치료가 부적합한 방광암, 백금착제 포함 화학요법에 불응성인 방광암에 대한 적응증 등은 살아 있다.
독일 머크·미국 화이자의 PD-L1 억제제 ‘바벤시오주’(Bavencio 아벨루맙 Avelumab)는 2020년 6월 30일 FDA로부터 1차 백금 함유 화학요법제 치료 후에 진행이 멈춘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유지요법으로 승인받았다. 앞서 FDA는 2017년에 바벤시오를 백금 함유 화학요법 도중 또는 이후 병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백금 함유 화학요법으로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 또는 신보조요법을 받은 후 12개월 이내에 병이 진행된 환자의 치료제로 가속승인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 ‘임핀지주’(Imfinzi 더발루맙, Durvalumab)는 지난 2월 22일 미국에서 승인받은 방광암 적응증이 자진 취하됐다. 이 약은 2017년 5월 과거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 치료제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나온 추적임상 결과가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