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D-1/PD-L1 억제제 면역항암제로는 처음으로 절제수술 불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 치료제로 승인받았던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가 이 적응증을 자진취하키로 결정했다고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2년 전 로슈는 화학요법제 ‘아브락산’(Abraxane, 성분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albumin-bound particle form of paclitaxel)과의 병용요법으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올해 4월 27일에는 가속승인 후 진행된 확증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FDA 항암제 자문위원회(ODAC)가 찬성 7표, 반대 2표로 가속승인 지지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PD-L1을 1% 이상 발현하는 TNB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IMpassion130’ 시험에서 도출된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결과가 1차 치료제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으로써 승인 유지에 부정적인 견해가 대두됐다.
이 시험에서 병용요법은 PD-L1 양성 환자에서 아브락산 단독요법에 비해 진행 또는 사망 비율을 40%까지 줄였다. 그러나 PD-L1 음성 환자가 집계되면 13%로 떨어졌다
게다가 티쎈트릭 TNBC 적응증 승인의 메인 임상시험인 IMpassion131에서 티쎈트릭과 파클리탁셀(아브락산의 본물질)을 병용하는 것은 새로 진단된 PD-L1 양성 환자에서 종양 진행을 지연시키지 않았다. 더 나쁜 것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이 병용요법보다 오히려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감안됐음에도 지난 4월 FDA 자문위는 찬성표를 더 많이 던졌으나 FDA로서는 티쎈트릭의 가속승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로슈는 FDA의 평가 및 가속승인 프로그램 요건 등을 근거로 FDA와 협의를 진행한 끝에 자진취하를 결정했다.
로슈 측은 차후 수 주 동안 취하절차를 매듭짓기 위해 FDA와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 로슈는 미국 내 의료인을 대상으로 고지할 예정이다. 자진취하 결정은 미국에서만 국한되고 다른 나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각국에서 이를 감안할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로슈의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제넨텍 최고의학책임자(CMO) 겸 글로벌 제품개발 대표는 “TNBC가 여전히 가장 치료가 어려운 유방암의 한 유형인 상황에서 2년 여 동안 중요한 치료제로 자리잡은 티쎈트릭의 자진취하를 결정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향후에도 전이성 TNBC와 관련한 연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여전히 티쎈트릭과 관련해 폐암, 비뇨생식기암, 피부암, 유방암, 위장관암, 부인암, 두경부암 등과 관련해 임상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티쎈트릭은 지난 3월 7일 이전에 백금착제 항암제 치료를 받은 전이성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 치료제 적응증(가속승인)을 FDA와 협의해 자진 철회했다. 물론 PD-L1 양성이면서 시스플라틴 치료가 부적합한 방광암, PD-L1에 상관없이 백금착제 포함 화학요법 치료가 부적합한 방광암, 백금착제 포함 화학요법에 불응성인 방광암에 대한 적응증 등은 살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슈 측은 티쎈트릭의 매출의 거의 90%가 폐암 및 간암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은 아니라고 자위했다.
하지만 로슈의 3대 항암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 ‘리툭산’(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 또는 맙테라주 Mabthera), ‘허셉틴주’(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trastuzumab) 등이 바이오시밀러 공격에 잠식되는 상황에서 티쎈트릭의 적응증 축소는 그저 무덤덤하게 있을 일이 아니다. 로슈의 올 상반기 이들 3대 항암제의 총매출은 39% 감소했다. 반면 티쎈트릭 매출은 29% 증가한 16억스위스프랑(17억6000만달러)을 기록했는데, 이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의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로슈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 4월말 FDA 자문위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3일간의 검토 이후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는 위암 3차 치료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이 간세포암 2차 치료제 적응증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고 7월에 두 적응증이 자진취하되는 고통의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