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성인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치료제로 허가받은 ‘엠파벨리’(Empaveli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 pegcetacoplan)가 수년간 이 분야의 맹주였던 알렉시온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의 ‘솔리리스주’(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 크레스트우드(Crestwood) 소재 아펠리스파마슈티컬스(Apellis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엠파벨리는 C3 억제제이자 피하주사제로, C5억제제이자 정맥주사제인 솔리리스와 차별화된다.
증권투자기관인 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들은 19일(현지시각) 고객 알림장에서 조만간 망막의 지도성위축(geographic atrophy, GA) 질환에 대한 임상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파했다. 아펠리스의 소재지인 켄터키를 빗대어 ‘켄터키 더비’(켄터키주 루이빌처칠다운스에서 열리는 경마대회로 미국 전역을 순회)에 이어 ‘프리크니스 스테이크(Preakness Stakes,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매년 3월 열리는 경마대회)’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럴 경우 솔리리스 다음의 서러브레드(경주용 종마 품종)가 되어 엠파벨 리가 연간 4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알렉시온은 작년 12월 12일 아스트라제네카에 지난해 제약 업계 최고 금액인 390억달러에 인수됐다. 알렉시온의 주력 제품인 솔리리스는 지난해 40억6420억달러, 그 후속제품인 ‘울토미리스’(Ultomiris, 성분명 라불리주맙 ravulizumab)는 10억76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각각 전년 대비 3%, 218% 증가했다. 알렉시온은 솔리리스의 2027년 3월 특허만료에 대비해 울토미리스로 처방을 이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두 제품을 합쳐 50억달러를 넘는 매출을 일구자 연 매출이 266억1700만달러로 다른 거대 다국적제약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덥썩 독점력과 고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갖춘 알렉시온을 잡았다.
따라서 솔라리스와 울토미리스란 거대 장벽을 넘는 게 엠파벨리로서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전이 다르고 피하주사로서 더 편리한다는 기본 이점을 바탕으로 연간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PNH는 산소를 운반하는 건강한 적혈구가 파괴되는 희귀 만성 혈액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조절되지 않고 골수 결함으로 조혈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엠파벨리는 허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에서 솔리리스와 1대1 직접 비교한 결과 투여 16주차에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솔라리스 투여군보다 3.8g/dL 더 높은 성적을 보여 약효로 솔리리스를 제압했다. 즉 기저치 대비 엠파벨리는 혈색소가 2.4g/dL 향상된 반면 솔리리스는 오히려 1.5 g/dL 감소했다.
제프리스 분석팀은 솔리리스 투여 PNH 환자의 약 70%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약 30%는 여전히 수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펠리스는 현재 GA 환자를 대상으로 엠파벨리의 효과를 평가하는 Derby와 Oaks라는 2개의 3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톱라인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140만명의 환자가 진행성 및 비가역적 시력 상실로 이어지는 진행성 노인성 황반변성질환인 GA를 경험하고 있다.
GA 분야는 로슈의 람팔리주맙(lampalizumab)을 포함해 많은 신약후보들이 수 년간 눈에 띄는 실패를 겪었지만 제프리스는 아펠리스의 엠파벨리가 최종 단계 테스트를 통과하고 결승선을 넘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한 방(oomph, 개인적 매력, 활력, 펀치, 성적 호소력 등을 의미하는 구어적인 단어)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GA적응증을 획득한다면 엠파벨리가 추가로 최대 30억달러 이상을 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요컨대 엠파벨리가 PNH에서 10억달러, GA에서 30억달러 등 총 4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제프리스는 아펠리스가 선반에 더 많은 트로피를 진열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경질환 분야에서 엠파벨리가 추가로 적응증을 딸 여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펠리스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2상에서 약물을 테스트 중이며 올해 말까지 등록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