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흥미로운 유전자 관련 연구 5개가 쏟아졌다. 흥미로운 연구 내용을 요점 정리해본다. 심각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이 루이소체치매(Lewy Body Dementia) 유발 유전자와 관련 있고, 노년층의 근육 약화와 관련된 15개의 게놈 영역이 발견됐다. 또 노인성 백내장과 유전성 백내장은 발생 기전이 현저하게 다르고, 나이들어 아킬레스건 부상이 적은 것은 힘줄의 미끄러짐 능력이 떨어지며,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리스페리돈이 약물이 말더듬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관련 기전이 신약개발에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에 영향주는 5가지 루이소체치매 관련 유전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지난 15일 게재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미국국립중앙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NINDS)가 실시한 연구에서 뇌에서 루이소체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단백질 퇴적물 덩어리가 축적되는 치매의 일종인 루이소체치매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5개 유전자가 확인됐다.
연구결과 이들 유전자는 루이소체치매와 파킨슨병의 연관성, 루이소체치매와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했다. NINDS의 연구원으로 이 논문의 수석저자인 소냐 숄츠(Sonja Scholz)는 “루이소체치매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파괴적인 뇌 질환”이라며 “종종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서 가장 심각한 형태를 보이는 경우 루이소체치매에 의해 야기되는 다양한 양태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가 질병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청사진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981명의 루이소체치매 환자의 DNA 서열을 4931명의 건강하고 나이가 일치하는 대조군과 비교했다. 샘플은 17개 유럽, 27개 북미 지역 등 총 44곳의 유럽계 조상을 가진 참가자들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우선 연구팀은 루이소체치매 환자들의 4가지 유전자 순서가 대조군과 다른 것을 발견했다. BIN1과 TMEM175라는 두 유전자는 과거에 루이소체치매와 관련되지 않았다. SNCA, APOE, GBA 등 3가지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또 새로운 8927명의 대조군 대상자를 다른 970명의 루이소체치매 환자의 DNA 서열과 비교해 5개의 유전자에서 차이를 발견했다. 이는 그들의 초기 연구결과를 재확인해줬다.
숄츠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은 분자적·임상적으로 매우 다른 질환이지만, 우리의 연구결과는 이들 질병을 일으키는 문제들이 루이소체치매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결론지었다.
50세 이후 노년의 근육감소증도 유전자와 관련 … 전인구의 10%가 겪어
영국 서남부 엑서터대(University of Exeter) 연구진은 60세 이상 25만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자분석을 실시해 근육기능 상실을 측정해 악력 강도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근육 약화와 관련된 게놈의 15개 영역을 확인했는데, 여기에는 과거에 지속적인 악력 측정시 포함되지 않았던 12개 영역이 들어 있다. 연구팀은 해당 게놈이 근골격계, 면역계 등과 밀접함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골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위치도 발견했다.
근육감소증(Sarcopenia)은 50세 이상 중 약 10%에서 발생한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연구진들은 특정한 유전자 마커를 결국 찾아냈다.
노인성과 유전성 백내장의 기원이 달라
뮌헨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 TUM) 연구진은 백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수정체 단백질 용액의 구성을 확인했다. 수정체 세포들은 일반적으로 맑은 고농축 단백질 용액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단백질이 균형을 잃으면, 그것들은 뭉치면서 흐려진다. 이것을 백내장이라고 부른다. 눈에 구름이 끼는 것 같은 백내장의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수정체의 단백질은 배아에서 형성돼 절대 교체되지 않기 때문에 손상이 누적되면서 대부분 노화에 의해 백내장이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단백질이 변이되는 백내장에 걸리기 쉽다.
요하네스 부크너(Johannes Buchner)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전성 백내장을 가진 쥐들은 돌연변이 단백질이 뭉치는 대신 즉시 제거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백내장이 결함 있는 단백질끼리 서로 응집해 일어난 결과라고 믿어진 것에 반한다.
반면 정상(야생, 비 돌연변이) 단백질은 다양한 단백질 사이의 균형을 잃게 되면 서로 뭉쳐 (비 유전성) 백내장을 야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없어지면, 남은 단백질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덩어리를 형성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크너 교수는 “노인성 백내장과 유전성 백내장의 발생 요인이 다름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새로운 백내장 치료법을 찾는 데 통찰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 형상 차이가 부상당할 확률을 좌우한다
수 천년 동안 인간은 아킬레스건이 다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패배한 그리스신화의 반인반신인 아킬레스에서 따왔다.
영국 런던 UCL 정형외과 및 근골격과학 연구소의 최근 연구는 힘줄의 모양과 구조의 개별적 변화가 인생의 후반기에 상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5개(남성 2명, 여성 3명)의 아킬레스건 영상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해 힘줄의 형태가 기계적 행동, 부상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개인마다 하위힘줄(sub-tendon)의 형태와 성향이 다르고 기계적 성능의 차이도 뚜렷함을 확인했다.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힘줄은 영상화할 수 있으나 하위힘줄은 볼 수 없어 이번 연구에서는 기계적 성능 테스트를 통해 힘줄 형태와 방향성을 유추해냈다.
연구팀은 또 52~67세의 노인 그룹 7명과 20~29세의 젊은 그룹 9명을 비교한 결과 아킬레스건의 미끄러지는 능력이 나이들수록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말년에 아킬레스 건 부상이 증가하는 원인일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16일 ‘이라이프’(eLife)에 발표됐다.
뇌 속 성상세포는 말더듬증과 관련 있다
성상세포(Astrocytes)는 뇌 내피세포의 생화학적 지지, 신경계 영양공급, 세포외 이온 균형 유지, 감염과 외상 후 뇌 및 척수 회복 등 뇌 기능에 활발하게 관여하는 별 모양의 세포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리버사이드캠퍼스(UCR) 연구원들은 성상세포가 말더듬증 (stuttering)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이 연구를 ‘신경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Neuroscience, IF=3.707)지에 실었다.
UCR 의과대학 정신과학 및 신경과학부 선임교수이자 석좌이자 논문의 대표저자인 제럴드 맥과이어(Gerald A. Maguire)는 “우리의 연구는 리스페리돈(Risperidone)을 복용하는 치료가 말을 더듬는 사람의 선조체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보여줬다”며 “리스페리돈의 활동 메커니즘은 부분적으로 선조체 내 성상세포의 증가된 신진대사 또는 활동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더듬증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높은 수치와 관련이 있다. 리스페리돈의 작용기전은 뇌내 도파민 수용체에서 과도한 도파민 활동을 차단하는 데 있다. 리스페리돈은 전형적으로 정신분열증과 조울증에 처방된다.
미국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INDS)의 독립연구학자로서 공동저자를 맡은 샤흐리아르 셰이크바하이(Shahriar SheikhBahaei)는 “리스페리돈이 어떻게 선조체에서 성상세포를 활성화시키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한다”며 “리스페리돈이 성상세포를 활성화하고 그럴 다음 성상세포는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선조체 내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 분자를 방출한다는 것을 이번에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연구에서 이 신호분자를 찾고, 성상세포가 말더듬이에 미치는 정확한 역할을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하며, 종국에는 성상세포를 목표로 하는 약물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