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치료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신의료기술인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도입됐다. 1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에서 동시에 국내 첫 시술이 이뤄졌다.
펄스장 절제술(Pulse Field Ablation, PFA)은 고에너지 전기 펄스를 이용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생한 심근세포만 선택적으로 정확히 제거하는 장비다.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시술 시간을 대폭 줄인 게 강점이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심방세동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12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술이 이뤄진 만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서는 지난 9월 보스톤사이언티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선 정보영 심장내과 교수가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 권씨(53)를 대상으로 19일 PFA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3년 초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권씨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림이나 답답함 등 지속적인 부정맥 증상을 보여 시술적 치료가 필요했다. 19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시작한 PFA 시술은 별다른 부작용 없이 한 시간도 안 돼 끝났다. 권 씨의 시술이 끝난 뒤에는 4명의 심방세동 환자가 PFA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선 온영근 교수가 첫 PFA 시술을 했다. 이 시술엔 세계적인 부정맥 분야 석학인 독일 베타니엔 심장혈관센터(Cardiovascular Center Bethanien)의 줄리안 천(Julian Chun) 교수가 참관했다.
심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 혈액의 흐름이 불규칙해 혈전(피떡)이 생기고, 이는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국내 유병률은 2015년 전체 인구의 1.53%로, 2006년 0.73%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3.9%, 2022년 5.7%로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30년에는 국내 전체 유병률이 3.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심방세동은 약물치료와 전극도자절제술,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이중 전극도자절제술은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과 냉각절제술로 구분된다. 고주파 전극도자절세술의 경우 고주파로 열을 가해 심방세동 발생 조직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냉각풍선절제술은 냉동 열에너지로 조직을 절제한다. 두 방법 모두 식도나 횡경막신경 등 심근조직 이외의 주변 조직에 열에너지가 전달돼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시술시간도 2시간이 넘어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PFA는 열에너지가 아닌 펄스장 에너지를 이용해 심장에 미세한 천공을 만들어 주변 조직은 보존하면서 목표인 심근세포만 사멸시킬 수 있다. 심장의 각 조직은 서로 다른 전기장 강도를 가진다. 펄스장 에너지는 특정 전기장 강도로 목표한 조직만 제거하는 타깃팅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시술시간도 기존 방법보다 20~40% 이상 단축할 수 있어 환자부담도 줄고, 식도나 횡경막 신경 손상 등 부작용도 현저히 적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PFA와 관련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2030년까지 심방세동 치료의 8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PFA의 임상 결과도 고무적이다. 최근 PFA시술 그룹의 87.9%의 환자가 1년 동안 정상 박동이 유지되었고, 특히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90.8%가 정상 박동을 유지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부작용 발생률은 전 세계 12만5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사용한 결과 0.7%로 보고돼 2~6%인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하다는 평가다.
정보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오른쪽)가 19일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첫 펄스장 절제술(PFA)을 시행하고 있다.
정보영 교수는 “PFA는 심방세동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안전성이나 효과가 확인된 첨단기술로 우리나라에 도입돼 환자들이 더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고령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영근 교수는 “PFA 도입으로 심방세동 부정맥 환자들에게 가장 앞선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외 석학과 함께 첫 시술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최신 부정맥 치료 연구를 강화하고, 국내 부정맥 치료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23년에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의 풍선 냉각도자 절제술인 '폴라엑스(POLARx)'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