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 코로나19 폐렴환자 진단보조 프로그램 …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흡인성폐렴 예측 AI 모델 개발
대학병원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진단 및 예후 예측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환자 치료에 빠르게 적용, 임상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선 고려대 안산병원 정밀의료사업단 교수(치과), 최원석 교수(감염내과), 이기열 교수(영상의학과) 연구팀이 흉부 X-레이를 대상으로 딥러닝 기반 분석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여부를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흉부 X-레이 영상을 대상으로 정상인과 단순 폐렴환자, 코로나19가 원인인 폐렴환자 3가지를 구분하는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이다. 코로나19와 단순 폐렴을 구분하여 호흡기 환자의 원인 분석에서 유용성을 높이고(분류 정확도 95%) 단순 폐렴과 코로나19를 구분하는 분류 결정 부위를 표시하고 설명 가능한 딥러닝(Explanable deep learning) 기술을 접목했다.
이 연구는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로, 연구결과는 Journal Citation Reports(JCR)이 산정하는 HEALTH CARE SCIENCES 분야 상위 랭킹 10% 저널인 개인맞춤의학저널(JOURNAL OF PERSONALIZED MEDICINE, Impact Factor: 4.433)에 정식 게재됐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자 겸 책임저자인 이기선 교수는 “흉부 X-레이를 대상으로 코로나19를 진단 보조하는 알고리즘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여러 의료 인공지능 기업 및 기관들의 선행연구 및 개발 사례들이 있다”며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분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 및 딥러닝 학습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초연구 자료를 공개하고 있어,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거나, 진행 중인 다른 연구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선 교수는 치과 전문의이자 삼성SDS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올해 초 딥러닝 기반의 치과용 X-레이를 이용한 골다공증 사전진단 알고리즘도 개발한 의과학자이다.
이 교수는 개발된 알고리즘을 추가적으로 개선해 의료자원이나 영상의학전문의가 부족한 국가나 의료기관과의 협업해 실용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도 국내 최초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인한 흡인성 폐렴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질환은 식도로 넘어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 흡인성 폐렴은 병원 입원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며,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서는 심각한 원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관 내 삽관을 한 중환자실 입원환자, 면역력이 약한 노인환자는 흡인성 폐렴을 주의해야 한다. 폐의 방어기전이 저하돼 입안이나 위장에 존재하는 세균이 폐로 흡인되면서 폐렴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최근 10년간 흡인성 폐렴 데이터 60만건 가운데 흡인성 폐렴 단독으로 입원한 환자 6543명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최적화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적용해 이번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의 종류는 의식수준·구토 여부·산소투여 여부·탈수 여부·복용약물 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손종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존에는 반복되는 뇌경색·치매·의식저하 등 입원환자의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을 높이는 임상적 상황만을 보고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원환자의 흡인성 폐렴 발병 위험도를 확인하고, 질병 발생 전에 이를 대처할 수 있게 돼 환자들이 더 안전하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인공지능 모델은 의료진이 처방전달시스템(OCS)에서 환자정보를 조회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흡인성 폐렴 발생 가능성을 계산해 제시해주는 게 특징이다. 인공지능이 매 순간 변하는 환자정보를 바탕으로 흡인성 폐렴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며, 이 예측값에 따라 환자를 고·중·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흡인성 폐렴 예측값이 20% 이상일 경우 시스템은 해당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의료진에게 ‘위험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확인한 의료진은 해당 환자의 모니터링 횟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2시간 간격 환자 자세 바꿔주기 △상체 30도 높이기 △1시간 간격 석션(suction) △기침 유도 △흉부 경타(chest percussion) 등 집중관리를 한다.
이 병원 장경희 간호팀장은 “흡인성 폐렴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해져 노인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집중관리가 용이해졌다”며 “AI를 통해 흡인성 폐렴 외에도 연하장애나 흡인에 의한 다양한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의료원 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전 병원에 보급해 입원 환자의 진료에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