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길어진 집콕 생활에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장시간 TV를 시청하면서 과자, 치킨 등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습관은 심장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2% 증가할 때마다 심장혈관 질환 위험은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과 주요 동맥에 발생하는 심장질환을 말하며 뇌혈관질환, 암과 함께 한국인 3대 사망 원인이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비해 부주의한 생활습관이나 잘못 알려진 건강정보로 심장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상존한다.
1. 심장병은 노인들만 걸린다?
심장병은 혈관벽에 플라크(plaque, 혈액 속에 존재하는 부정형 부유물)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돼 발병한다. 증상은 어른이 돼 낡은 지붕이 무너지듯 한순간에 나타난다. 30~40대도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거나 운동이 부족할 경우 심장병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린이는 심장병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선천성 심장병, 감염, 질병, 과식, 운동 부족 등은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 심장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어린이 비만이 증가하는 최근에는 심장병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심장협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에 의하면 매년 5920명의 미국 어린이에서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한다. 또 젊은 운동선수의 급사 원인이 심장병인 경우도 많다.
2. 잠이 부족하면 심장병 걸린다?
수면 부족이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매튜 워커(Matthew Walker)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신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의생물학 저널 ‘플로스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서 부실한 잠(poor sleep)을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의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조각난 잠(fragmented nightly sleep)이 혈류를 통해 순환하는 만성 염증물질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에 쌓이는 다량의 플라크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동맥에 쌓인 과량의 플라크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등 치명적인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지나친 수면이 심장질환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3월 에반겔로스 오이코노모우(Evangelos K. Oikonomou) 미국 예일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팀은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이거나 8시간 이상이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경동맥이 플라크 형성에 의해 두꺼워질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이거나 8시간 이상인 그룹은 7~8시간인 그룹에 비해 경동맥에 플라크가 형성될 위험이 각각 54%와 39%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주변 동맥벽보다 1.5mm 이상 두껍거나 50% 이상 두꺼우면 경화반으로 간주되며 이럴 경우 뇌졸중과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연령, 비만,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동맥경화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은 물론 관상동맥질환 병력까지 감안했지만 수면 부족과 과다 수면이 경동맥의 경화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했다. 이는 식습관, 운동과 마찬가지로 수면 패턴이 심혈관질환 위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면 부족은 건강에 나쁜 식습관, 스트레스, 과체중, 과음을 가져올 수 있고 과다 수면은 몸을 덜 움직이는 생활습관과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심장병에 안 걸린다?
적절한 운동은 심장 근육을 발달시키고 심장혈관 탄력성을 향상시켜 혈액공급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운동을 많이 한다고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격한 운동을 장기간 하는 운동선수는 좌심실이 비후해지는 비후성심근증으로 돌연사 또는 조기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높다. 이 질환은 대동맥판협착증이나 고혈압과 같은 다른 증세가 없이도 나타날 수 있다. 마라톤 선수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지방식을 즐기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심장에 좋지 않으므로 운동량과 관계 없이 흡연자는 심장병에 주의해야 한다.
4. 술이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
레드와인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혈중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고 연구돼 있다. 주종에 상관없이 모든 알코올은 소량만 섭취할 경우 심혈관질환에 좋다는 견해도 굳어져 있다. 소량이란 소주 한두 잔, 와인 또는 맥주 한 잔 정도다. 소량의 알코올이 혈관과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논지다.
미국국립알코올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 Alcoholism, NIAAA)는 간이나 췌장, 기타 다른 장기의 손상을 초래하고 안전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어 성인 남자는 하루에 2잔, 임산부를 제외한 여자는 1잔씩 마실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5잔 이상씩 장기간 과음하면 심장근육이 약해지거나 심장의 용적이 20~30% 늘어나 전반적인 혈액순환이 악화될 수 있다. 과음은 심장질환의 적이다.
5. 달걀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콜레스테롤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말은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콜레스테롤 중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은 콜레스테롤 총량과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이다.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은 오히려 혈액 성분 중 동맥경화증 유발 성분을 배출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쉽게 말하면 LDL-콜레스테롤은 혈관벽에 눌러붙고, HDL-콜레스테롤은 플라크를 벗겨낸다.
달걀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하지만 달걀에는 콜레스테롤 외에 심장질환 위험을 낮추는 단백질, 비타민B12, 비타민D, 리보플라빈, 엽산 등도 많이 함유돼 있다. 하루 한 개 정도의 섭취는 콜레스테롤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또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도 높지 않다.
그러나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조절이 어려운 상태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환자가 하루 한 개 이상의 달걀을 섭취하면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6. 심장질환자는 성생활이 어렵다?
성적인 활동의 강도는 대개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걷는 정도이므로 심혈관질환이나 우회로수술을 한 환자라도 성생활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과식한 후 2시간 이내에는 성생활을 피하는 게 좋다. 또 성행위 시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나타나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느꼈다면 즉시 중단하고 담당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심장질환이 있을 때 성적인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불안, 우울, 기존의 성적질환, 술·담배 과용 등이 있다. 심장질환 치료 약물이 성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7. 가슴 두근거림은 심장병에서만 나타난다?
일반적인 가슴 두근거림은 정신적인 질환이나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심장질환은 부정맥이 원인인 게 대부분이다. 정신질환은 공황장애, 불안장애, 신체화증후군, 우울장애와 연관이 있다. 또 갑상선질환, 열병, 출혈 등도 가슴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이 가슴 두근거림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