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3만3463명에서 2019년 3만1283명으로 감소한 반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만8368명에서 2019년 9만9616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남성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1만6762명에서 2019년 5만8156명으로 약 3.47배, 여성의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1만1606명에서 2019년 4만1460명으로 약 3.57배 늘었다. 늘어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김형준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조수현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를 말하며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흔히 지방간은 술이 주요 원인으로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방간의 80%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생긴 '비알콜성 지방간'이다.
김형준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비만한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만보다 복부지방(내장지방)이 지방간과 관련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동양인의 정상체중 체질량지수 23kg/m2 이하, 서양인은 25kg/m2 이하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과체중이나 비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세계인구의 10~30%를 차치한다. 국내 유병률은 12.6%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07~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2017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내장 지방량이 증가할수록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이 최대 2.2배까지 증가됐다.
김형준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장 등 여러 기관에서 생긴 잉여 지방이 간으로 많이 운반되는데, 간 내 지방대사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처리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쌓이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간 내 지방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질환으로는 비만‧당뇨병‧고지혈증이 대표적으로, 단순히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지방간이 유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간에 무리되지 않을 만큼의 음주, 즉 하루에 남자 20g/소주 2잔, 여자 10g/맥주 1잔 이하의 술을 마시는 사람의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를 말한다. 비알콜성 지방간의 대부분이 간 내 침착만 일어나는 단순 지방간이지만 일부에서는 간세포가 괴사되어 염증 증상이 동반되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10~15%에서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심각한 경과를 밟을 수 있고, 연관질환으로 알려진 비만‧당뇨병‧고지혈증이 향후 심근경색이나 중풍 등 순환기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간을 가진 사람 중 일부에선 피로감‧전신 권태감‧오른쪽 상복부의 불편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김형준 교수는 “비만‧당뇨병‧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혈액 검사에서 간 기능 이상소견을 보이면 지방간을 우선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지방간은 복부 초음파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지방간염의 감별을 위해서는 간조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간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질환인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을 개선하는 게 필수적이다. 체중감량‧운동‧생활습관 개선‧고지혈증 치료‧혈당 조절 등을 병행하면서 지방간을 치료해야 한다.
단, 체중감량을 위해 금식 등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면 내장지방의 지방산이 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해 오히려 급성 지방간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간 부전‧담석 발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체중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0.5~1kg 정도가 적당하며, 기존 체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열량에서 500~1,000kcal가 적은 식단을 짜서 식이요법을 시작하는 게 좋다. 권장되는 식이요법은 △총열량을 제한하고 △지방질의 섭취를 전체 열량의 30% 이내로 하며 △육류‧유제품 등에 많은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조수현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체중의 절대량 감소보다는 내장지방의 감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쌀밥‧떡‧빵 등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며 “고등어‧삼치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품은 중성지방 농도를 감소하고 혈당‧간수치 등을 낮추며 지방 침착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운동은 체중조절 및 혈당관리에 도움이 되는데, 조깅‧자전거타기‧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으며, 여기에 가벼운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해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통상 자기 체중의 5%를 감량하면 간수치가 호전되고, 약 10%를 줄이면 지방간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