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한 소음인엔 배탈·설사 … 화열이 많은 소양인에 유익 … 엽산 섭취 위해 참외 속(태좌) 꼭 챙겨야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예년보다 일찍 여름이 찾아왔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여름과일이 생각난다. 여름 제철과일의 대표로는 참외와 수박이 꼽힌다. 둘 다 박과 식물로 수박은 수박속, 참외는 오이속에 속한다. 수분이 많고 버석한 수박에 비해 참외는 견고한 육질과 고유의 단맛으로 인기를 끈다. 참외의 영어명은 ‘Korean melon’으로 서양 참외(melon)와 사촌 쯤 된다. 여름철 기운을 북돋는 참외와 멜론을 알아본다.
엽산과 칼륨 풍부, 더운 여름 잠 못잘 때 도움 되는 참외
참외는 해외에서 한국 멜론으로 불리지만 원산지는 인도다. 삼국시대 만주를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학명은 Cucumis melo var.makuwa이다. 맛이 단 데 비해 열량은 100g 당 31~38kcal 정도로 낮아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다.
100g당 칼륨 221㎎, 비타민C 22mg, 식이섬유 1.10g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엽산이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100g 당 16~32㎍에 이를 만큼 함량이 높다. 참외 한알이 350g 정도 되는 만큼 하루에 서너 개 먹으면 국내 성인 여성의 일일 엽산 섭취권장량인 250㎍을 충족한다.
참외에 든 엽산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씨가 붙은 부분까지 다 먹는 게 좋다. 씨가 붙어있는 희고 맛이 단 부분을 ‘태좌’라고 하는데 과육보다 무려 5배가 많은 엽산이 들어 있다. 과육에는 엽산이 100g당 15㎍이지만 태좌에는 100g당 80㎍ 들어있다. 이 부분은 비타민C도 과육에 비해 많으며 유효흡수율도 뛰어나다. 봄보다는 한 여름에 먹는 게 효과적이다. 참외의 엽산은 외부 기온이 15도 이상일 때 더 높아진다.
참외는 한국인에게 좋은 디저트다. 한국인의 식단에는 나트륨이 많은데 참외 속에 풍부한 칼륨은 이 나트륨을 몸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의 삼투압과 수분 평형을 유지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신장 결석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
한방에서는 참외를 성질이 차가워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소양인은 몸에 열(熱)과 화(火)가 많으며 비뇨기가 약한데, 참외를 먹으면 열이 가라앉고 배뇨를 촉진해 비뇨기 건강을 돕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참외를 단맛이 나는 오이라고 해서 첨과(甛瓜)라고 부르며 ‘성질이 차고 독이 있는 과일로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煩熱, 더위를 타는 것)을 가라앉히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고 기록했다. 더운 여름 열대야로 잠을 잘 자지 못할 때 참외를 먹으면 몸 속의 열기를 내려 잠을 잘 자게 해준다.
하지만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은 참외를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배탈과 설사가 잦고 아랫배가 차가운 사람은 참외를 삼가야 한다. 먹어야 한다면 태좌 부분을 빼고 참외 과육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참외의 잎·씨앗·꼭지는 약재로 쓰인다. 참외 꼭지는 ‘과체산(瓜蔕散)’이라는 처방의 주재료로 애용된다. 과체(참외 꼭지)를 덖어서 팥과 같은 비율로 섞어 가루 내 한번에 8g씩 따뜻한 물에 타서 먹으면 열로 인해 생긴 가래와 담(淡)을 토해낼 수 있다.
항산화효과 뛰어난 멜론 … 칸탈로프 멜론 SOD, 혈관두께 감소 효과
멜론의 학명은 Cucumis melo. 박과 식품으로 단맛에 비해 칼로리가 낮고 몸 속의 열을 낮추는 효과는 참외와 비슷하다. 주로 유럽과 북미에서 재배하는데 머스크멜론(Musk Melon)·칸탈로프(Cantaloupe)·허니듀(Honey Dew) 등 다양한 변종들이 재배되고 있다.
어린 멜론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도 맹맹하지만 익을수록 세포 속 프로토펙틴(protopectin)이 효소에 의해 펙틴(pectin)으로 분해돼 특유의 달콤한 향기와 부드러운 과육을 갖게 된다. 하지만 구연산 성분은 적어 새콤한 맛은 없다. 암을 예방하는 테르핀(terpenes)과 알칼로이드(alkaloids)가 풍부해 건강식품으로도 인기다.
멜론은 종류에 따라 영양 성분이 약간씩 달라진다. 예컨대 멜론의 중요 영양소인 베타카로틴(β-carotene)은 머스크멜론, 프린스멜론, 석장멜론 순으로 많이 들어 있다. 오렌지색 과육 멜론이 녹색 과육 멜론보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의 모체로 호흡기·눈 등 점막부의 면역력을 강화해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칸탈로프 멜론(Cantaloupe melon)의 뛰어난 항산화 효과가 방송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칸탈로프 멜론은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와인·코코아와 함께 3대 장수식품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이탈리아 칸탈로프 지방이 원산지로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며 멜론과 달리 수박과 비슷한 세로 줄무늬가 특징이다. 노란색 과육으로 다른 멜론 종에 비해 베타카로틴이 67배가 많다.
칸탈로프 멜론이 화제가 되는 것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 때문이다. 과육 속에 항산화효소의 일종인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uperoxide dismutase, SOD)가 풍부해 체내에 쌓인 과잉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SOD는 대사 중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인 슈퍼옥사이드를 분해하는 효소로 세포의 노화를 막는다.
프랑스 프랑스국립보건의료연구소(INSERM)에서는 2011년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심혈관질환 7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 3년간 특허받은 칸탈로프 멜론 추출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대조군은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0.017mm 증가한 반면 칸탈로프 추출물 섭취군은 0.011㎜ 감소해 위험군에서 정상군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라더마허(Peter Radermacher) 독일 울름대병원(universitatsklinikum ulm) 병리생리학과 교수는 “활성산소로 인해 생긴 산화스트레스로 DNA가 손상을 입을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칸탈로프 멜론은 SOD가 산화스트레스와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을 받지 않도록 보호했다”고 밝혔다.
칸탈로프 멜론을 먹을 때에는 섭취 시간에 주의해야 한다. SOD 효소는 체내 흡수율이 높은 편이 아니고 특히 위산에 취약하다. 식후 1~2시간 이후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식후 1시간 이내엔 음식물 소화를 위해 위산이 많이 분비돼 SOD가 상하기 쉽다. 당분이 높아 당뇨병 환자는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