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소세포폐암치료제로 블록버스터 가능성, 올 하반기 NDA 신청 … 대장암 12%, 기타암 14% 치료반응률
암젠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KRAS G12C 돌연변이억제제 ‘AMG-510’가 비소세포폐암(NSCLC), 대장암 외 다른 고형 종양에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KRAS 유전자가 변이되면 조절되지 않는 세포 성장·분열·복제를 유발해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이 KRAS 유전자 변이는 모든 종류의 암을 통틀어 약 4분의 1 정도에서 발견되는데, 아시아 환자의 5~15%, 서구 환자의 20~50%에게서 KRAS 돌연변이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암의 약 12%에서 나타나며 다른 암은 상대적으로 발현 비율이 낮다.
이 중 KRAS G12C 돌연변이를 동반한 고형 종양은 대개 예후가 나쁘고 치료 내성과 연관이 있다. 이 돌연변이는 폐암의 13%, 대장암 및 충수돌기암의 3%, 다른 고형암의 1~3%에서 발견된다. AMG-510은 이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소분자물질(first-in-class small molecule) 신약으로 G12C 돌연변이를 불활성 GDP 결합 상태로 완전히 묶어 비가역적으로 저해한다.
이에 따라 암젠은 AMG-510를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으로 우선 개발 중이다. 지난해 가을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AMG-510은 960mg 투여군 13명의 NSCLC 환자는 7명(54%)에서 부분반응(PR)을 보였다. 나머지 6명은 안정적인 질병 단계(SD)를 달성했다. 올 하반기에 신약승인신청(NDA)를 낼 계획이다. 신약 승인만 나온다면 블록버스터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게 미국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같은 단기 목표 외에도 대장암과 다른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넓히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암젠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0)에서 AMG-510을 병소에 관계없이 KRAS G12C 돌연변이를 동반한 고형 종양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CodeBreak 100’ 임상연구의 1상 결과를 내놓는다. 대장암, 기타암 관련 총 2건이다. 대장암에 12%의 치료반응률을 보인 데 이어 폐암 이외의 몇몇 고형암에서 비슷한 효과를 보여 전도가 유망하다.
25명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의 AMG-510을 투여한 결과 치료반응률 중앙값의 12%였다. 환자 3명은 평가시점 기준 최대 4.3개월까지 부분반응이 지속됐다. 질병관리율(Disease Control Rate, DCR)은 80% 나타났다. 바이엘의 대장암 2차 치료제인 ‘스티바가정’(성분명 레고라페닙, regorafenib)이 대장암 환자의 1% 정도에서만 치료반응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에는 기존 치료제로 3회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가 포함됐다. 안정적인 질환(SD)의 지속기간은 4.2개월 나타났으며, 치료 중단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독성은 없었다. 가장 심각한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는 설사와 폐렴이었다.
대장암이나 비소세포폐암을 제외한 고형암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7주간 추적관찰한 결과 3명이 부분반응을 보여 14%의 치료반응률을 올렸다. 환자 중 10명이 췌장암이었으며 부분반응을 보인 암은 충수돌기암(맹장암), 자궁내막암, 흑색종 등 각 1명이었다. 기타 담관암, 소장암 등이 임상 대상에 포함됐다.
투자기관 제프리(Jefferies)의 애널리스트들은 “두 임상의 성적표는 중간보다 낮은 점수”라며 “하지만 워낙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암젠은 AMG-510의 개발 방향을 바꿀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폐암 이외의 적응증에선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이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 CodeBreak 100 features 임상의 하나로 지난해 하반기 말부터 AMG-510과 항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이 시작됐다. 이밖에 MEK억제제, SHP2억제제, ErbB억제제 등도 병용요법으로 대상으로 꼽힌다.
KRAS 억제제는 단일 약물로 사용할 때 효과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병용요법으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KRAS G12C 억제제 단독으로 치료받은 시험군의 종양은 처음에 위축됐다가 2주 후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다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KRAS 억제제와 다른 계열의 약제를 병용하면 종양이 작아지면서 효과가 유지됐다.
암젠은 AMG-510를 암의 위치와 상관없이 KRAS G12C 돌연변이가 발생한 고형 종양에 적응증을 획득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런 관점에서 KRAS 억제제 개발에서 경쟁하고 있는 라이벌로는 미라티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의 KRAS G12C 변이 억제제 MRTX849, 온코제뉴이티(Oncogenuity)의 KRAS-G12D 및 BRAF V600E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DNA 유사체, 리볼루션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의 SHP2 억제제인 RMC-4630 등이 꼽힌다.
온코제뉴이티는 포트리스바이오테크(Fortress Biotech)가 미국 컬럼비아대학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도입한 KRAS 억제제를 사업화하기 위해 새로 세운 합작 제약사다. 전임상 자산을 발전시키고, 다수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플랫폼을 상업화하기 위해 지난 8일 출범했다.
RMC-4630은 올 1월 6회 미국암학회-국제폐암학회(AACR-IASLC) 공동 주최 국제회의에서 KRAS 변이, 특히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중간 용량으로 충분한 효과를 입증해 주목받았다. 이 약은 암젠의 AMG-510, 아스트라제네카의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인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모종의 PD-1 억제제와 병용요법을 모색 중이다. 리볼류션메디신은 KRAS G12C, KRAS G13C, KRAS G12D, NRAS G12C 등을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신약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범 KRAS 억제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의 ‘BI1701963’, 릴리의 ‘LY3499446’, J&J의 ‘JNJ-74699157’ 등이 크게 보면 경쟁자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