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3대암은 유방암·자궁경부암·난소암이다. 이 중에서도 유방암은 세계 여성암 1위다. 국내선 2016년 갑상선암을 앞지른 이후 계속 여성암 1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14만6238만명에서 2018년 20만5394명으로 40.5% 증가했다. 매년 2만명을 웃도는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018년 20~39세 유방암 환자는 2010년 대비 약 16% 가량 증가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이같은 추세라면 현재 20대 여성 13명 중 1명이 장차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로 두려움을 키우고 그릇된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방암은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율이 95%에 이르지만 4기까지 진행되면 생존율이 10% 밑으로 급감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잘 알면 극복할 수 있는 병, 유방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유방촬영술 검사를 자주 받아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이 생긴다?
이론적으로는 반복적인 촬영에 의해 유방암 발생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크지 않다.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 피폭량의 10분의 1 정도를 유방암 검사를 통해 받게 되지만 이 때문에 암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가슴을 압박하는 테스트도 암 전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40세 이후 여성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2. 가슴이 크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유방암은 유선조직·도관조직 등 유방 실질조직에서 발생한다. 유방의 크기는 실질조직보다는 결체조직, 특히 지방조직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유방이 크다고 해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가슴 크기와 유방암 발생 위험 간 비례적 연관성이 없다.
상대적으로 유방이 큰 서구 여성이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비만과 관련이 있다. 특히 폐경 후 비만이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치밀조직으로 이뤄진 치밀 유방이 흔해 유방의 크기가 작더라도 유방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 남자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남성 유방에도 유선조직이 있으므로 남자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이 사실은 2016년 남자 주인공이 유방암을 앓는다는 독특한 설정의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지게 됐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ACS)는 해마다 미국인 남자 2000명 이상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있다며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되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0.6~3%를 남성들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남성 유방암 빈도는 여성 유방암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고, 평균 진단연령도 여성보다 10년 정도 늦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다. 치료방법은 여성 유방암과 유사하다.
4. 유방에 만져지는 덩어리는 유방암이다?
여성의 80%는 유방에 암과 상관없는 양성 종양을 갖고 있으며 만져지는 덩어리가 다 유방암은 아니다. 대부분은 섬유선종과 같은 양성종양으로 유방암과는 관계없다. 그러나 덩어리가 만져지면 반드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5. 유방통은 유방암 증상이다?
흔히 유방이 아프면 유방암을 걱정하지만 초기엔 대부분 통증이 없다. 유방이 찌릿찌릿 아픈 것은 일반적으로 질병의 신호가 아니라 호르몬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통증이 없는 종괴가 만져지거나, 젖꼭지에 핏물이 고이거나, 가슴 좌우가 비대칭이거나, 서로 처지는 정도가 다르거나, 가슴 피부가 오렌지껍질처럼 두꺼워져 땀구멍이 보이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6. 가슴 성형수술을 하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
가슴 성형수술 시 의료용 실리콘 삽입과 유방암 발생에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유방암은 아니지만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제약사 앨러간(Allergan)의 거친표면(BIOCELL) 유방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에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이라 불리는 희귀암 발병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14일 최초로 유방보형물 연관 BIA-ALCL 환자가 보고됐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의 한 종류다. 의심 증상으로는 장액종에 따른 유방 크기 변화,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나 피부 발진 등이 있다.
7.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을 절제해야 한다?
유방의 광범위 절제가 일반적인 치료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기기의 발달로 유방을 보존하며 유방암 절제술을 시행한다. 암에 대한 교육 등으로 유방암의 조기발견율도 증가하고 있어 유방 보존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유방암 환자 65%가 유방보존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유방보존술은 유방암 환자에게 미용 및 심리 면에서 최대의 효과를 준다”며 “미용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5년생존율은 93.7%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81.7%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8. 가족 중 유방암 환자 있으면 무조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할머니·외할머니·엄마·자매 중에 본인을 포함해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3명 이상인 경우, 가족 내 유방암 환자 수가 본인 포함 2명 이상이며 이 중 한 명 이상이 50세 이전에 확진받은 경우. 본인이 유방암이며 상피성 난소암·나팔관암·원발성 복막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유방암이며 3등친 이내 가족 중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BRCA1, BRCA2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어도 유전성 유방암은 5~10% 정도에 불과하다. 젊은 연령에서 유방암이 생기거나, 유방암과 난소암이 함께 있거나, 양측성 유방암이 있거나, 가족 중 남성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유전적인 요인이 의심되므로 환자와 가족의 유전자를 검사해보는 게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