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팀 … 복약 중단해도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차이없어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완치 후에 표면항원이 사라지면 더 이상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국내 연구진이 발표했다.
이정훈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김민석 임상강사 연구팀은 3일 혈청 표면항원이 사라진 B형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기능적 완치’로 판단한다. 문제는 표면항원이 소멸해 기능적 완치로 판정받아도 쉽사리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간 기능 악화와 간 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완치 판정 후에도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했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서 혈액 내 표면항원이 사라진 환자 276명을 분석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유지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환자군 간 차이가 없었다. 즉 표면항원이 소실됐다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간염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시점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와 미‧유럽 진료지침은 표면항원 소실 후 항바이러스 치료 중단을 권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표면항원이 소실되는 사례가 드물어 충분한 표본 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항바이러스치료를 유지한 사람과 중단한 사람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다. 국내 16개 병원의 협조로 표본 환자수를 확보해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정훈 교수는 “기존에는 치료 종료시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종료시점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됐다”며 “간암‧간 경화 상태를 제외하고 만성 B형간염 환자 중에 혈청에서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항바이러스 약제를 중단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