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이 불임 유발한다 (X), 질외사정으로 피임할 수 있다 (X), 정관수술하면 정력 감퇴된다(X)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일은 더없는 축복이라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당사자는 물론 아이까지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불행의 씨앗이다. 계획적인 임신과 올바른 피임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다. 검색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정보를 얻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정확하지 않은 피임법을 사용해 덜컥 임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피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1. 피임약 복용하면 살이 찐다?
경구용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유사체가 주성분인 합성의약품이다. 에스트로겐은 난포자극호르몬(Follicle-stimulation Hormone, FSH)의 분비를 줄여 난포 성장을 억제하고, 프로게스테론은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e, LH) 분비 증가(LH surge)를 눌러 배란을 억제한다. 경구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은 0.5% 정도로 피임 효과가 매우 뛰어난 편이다.
과거 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이 높아 체내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체중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최근 경구피임약은 극소량의 호르몬이 함유돼 체중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이라는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함유한 피임약의 경우 몸 안에 수분이 정체되는 것을 막아줘 오히려 체중이 조금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2. 피임약은 메스꺼움, 두통 등 신체적 부작용이 많다?
경구용 사전피임약 복용 후 나타나는 메스꺼움, 두통, 불규칙한 출혈 등은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이다. 복용 초기 인체가 호르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드물게 이러한 증상이 심한 경우엔 산부인과 전문의 상담 후 성분이 다르거나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낮은 피임약으로 바꿔보는 게 좋다.
반면 사후피임약은 비교적 부작용이 많은 편이다. 사후 응급피임약은 예정에 없던 관계 후 임신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를 단시간에 급증시켜 착상을 방해한다. 관계 후 72시간 내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면 된다. 박찬우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는 “사후피임약은 사전피임약보다 8배 많은 고용량 호르몬이 함유돼 복용시 메스꺼움, 구토, 두통, 피로, 불규칙한 출혈이 동반될 수 있다”며 “오남용할 경우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면서 배란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 피임약 장기 복용하면 불임을 유발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을 주저하는 요인 중 하나는 피임약이 불임을 유발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피임약 때문에 여성의 인체가 정자를 일종의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게 된다는 가설이 지금도 신빙성 있게 믿어진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경구피임약이 ‘복용 중단 시 임신이 가능한 상태로 돌아오는 피임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피임약 호르몬 성분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복용하는 동안에만 인체에 작용한다. 피임약은 배란을 억제할 뿐이므로 복용을 중단하면 정상적인 생리 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는 피임약 장기 복용으로 임신이 늦어져 애를 태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기간 만큼 나이가 들어 임신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질외사정을 하면 임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성관계 도중 질 밖에서 사정을 하면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장 널리 알려진 오해 중 하나다. 당연히 질내사정보다 임신의 가능성은 감소하나 사정 전에 이미 정자가 일부 정액에 섞여 질내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이로 인한 임신 가능성이 존재한다.
5. 생리 중에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생리 중에는 피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생리란 증식된 여성내막이 임신이 되지 않아 탈락하는 현상이다. 이 기간 중 성관계를 가지면 임신 확률이 적긴 하지만 100% 안전하지는 않다. 특히 배란기간이 짧고 생리기간이 긴 사람이 생리가 끝날 무렵 성관계를 가지면 3일 이상 살아 있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돼 임신이 될 수 있다. 생리 주기를 계산해 성관계를 갖는 것도 올바른 피임법이라 볼 수 없다. 생리가 불규칙할 경우 배란일 계산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여성은 365일 임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6.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감퇴된다?
정관수술은 정액이 나오는 정관을 묶어 정자가 나오는 길을 차단하는 피임법이다. 요즘 시행하는 무도 정관수술은 기존의 정관 수술과 달리 음낭의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2~3mm의 작은 구멍을 내어 정관을 피부 밖으로 노출시킨 후 정관을 차단한다. 봉합하는 부위가 적거나 없어서 수술 후 실밥을 제거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입원이 필요 없으며 수술 후 2~4일 정도는 통증과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보통 1주일이면 수술 자국이 완전히 회복된다.
정관수술 후 성감 저하는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다만 수술 후 성적 능력 퇴보에 대한 불안감 등 심리적 요인에 의해 성기능이 저하될 수는 있다.
7. 정관수술은 완벽한 피임법이다?
하지만 정관수술 후에도 종종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관수술이 현존하는 피임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나 임신의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인체 복원력에 의하여 정관이 다시 연결될 수 있다. 또 정관수술을 했다고 즉시 피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후 성관계를 가질 때 15회 이상은 다른 피임법을 사용해 잔여 정자를 배출해야 한다. 수술 후 최대 2개월 이상까지도 잔여 정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