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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명확한 기준’·‘투명한 절차’없어 탈락업체 불만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3-19 23:00:07
  • 수정 2020-03-21 15: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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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당국, 공급과잉에 제품난립시 관리부담 우려한 듯 … 후발업체 ‘철야하며 고생한 건 마찬가진데 선도기업만 챙겨주나’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국내 1호 코로나19 진단키트인 ‘파워체크’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코젠바이오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 저지를 위해 필수적인 진단키트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 긴급사용승인을 내주겠다던 보건 당국이 확산세가 잠잠해지고 키트 공급물량이 과도할 움직임을 보이자 64개 신청업체(지난 10일 기준) 중 5개 업체(16일 기준)에만 승인을 내주고 나머지 승인 신청기업에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우선 승인에 관여하는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 기준이 명확치 않고 불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게 신청 업체들의 불만이다. 진단키트의 성능은 양성을 양성으로 집어내는 민감도와 음성을 음성으로 가려내는 특이도를 종합한 정확도로 평가된다. 

그런데 두 보건당국은 적합 판정을 내리는 정확도 기준이 93%인지, 95%인지, 98%인지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정확도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려면 하다 못해 대조군의 성능이라도 알려주는 게 상식인데 그렇지 않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이 자체 개발한 진단시약과 동등 이상 수준이어야 합격 판정을 내린다”고만 설명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보통 대조군은 앞서 허가받은 5개 업체의 정확도 중 최저치나 평균이 돼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 등은 임상시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확도의 허가 기준이 언론 보도나 업계의 통념으로는 95%이상이라고는 하는데 질본 등이 명확하게 얘기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과 관계자는 “보건 당국이 (5개 허가 제품 외에) 긴급사용승인의 추가 승인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칫 부실한 제품이 허가돼 성능에 이상을 보일 경우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새로 승인받을 기업은 극소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긴급사용승인은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가 △식약처 서류검토 △질본 임상성능평가(간이 임상시험)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전문가 검토 △질본 승인요청 및 식약처 승인 등 4단계 절차를 거쳐 내리고 있다. 64개 신청업체 중 검토가 끝난 19개 업체를 제외하고 지난 10일 기준 45개 업체가 허가를 기다렸지만 지난 16일 바이오세움만 허가받고 명확한 합격 가이드라인 없이 7개 업체가 탈락했으며 나머지 업체는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탈락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진단키트만 질본에 맡겨 놓고 평가만을 기다리다보니 임상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 제품에 무슨 결함이 있는지, 효능평가를 위한 통계는 어떻게 내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깜깜 무소식”이라며 “평가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떨어진 이유라도 소상하게 설명 들을 수 있으면 마음이라도 편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5곳이다. 모두 업력이 오래된 곳이다. 진단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진단키트가 약 10만명 분 정도로 추정되는데, 수요량은 일 1만명 분에 그쳐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보건당국이 굳이 신규 승인을 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스타트업 바이오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의 균등을 열어놓는 게 보건 당국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겠느냐”며 억울해했다.

게다가 식약처는 수출용 진단키트 허가 대상에 규제의 벽을 쌓았다. 그동안 체외진단키트는 수출용 허가의 경우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기술문서 심사와 동물실험 정도의 증빙만 있으면 허가가 나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최근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에 한해 1건(1명) 이상의 임상시험 결과를 내놔야 수출용 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지침을 설정했다. 미국 의회 등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데 대해 부실한 제품이 해외로 나갈 경우를 보건 당국이 우려하는 것 같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했다.

수출용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거칠 경우 임상 실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쳐야 하고, 임상시험 허가·임상 진행·자체평가·식약처 검토 등에 수 개월이 걸려 ‘속도전’에 능숙한 것을 제1의 경쟁력으로 삼는 국내 바이오업체에겐 ‘수익’도 잃고 브랜드를 알릴 기회도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수출용 허가를 받은 업체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7개사의 8개 제품이다. 신규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체는 이들 7개사가 겪지 않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해 업계는 이또한 질본과 기득권 업체 간에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내 허가 진단키트는 긴급사용승인이든 일반 정식 허가든 현재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만 허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진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등 여러 나라는 고식적인 방법인 항원·항체 면역반응검사(면역글로불린 대조) 방식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항원·항체 면역반응 검사 키트를 수출하려면 수출용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질본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항원·항체 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국내 허가를 내줄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필로시스헬스케어는 “항원·항체 검사키트의 정확도는 80~85%에 그치지만 자사의 ‘G-mate COVID-19’의 경우 여러 기술을 접목해 정확도를 93%로 끌어올렸다”며 “긴급사용승인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항원·항체 방식을 인정하는 것은 비록 초기 증상에서 민감도가 떨어져 조기진단을 놓칠 수는 있지만 그 외의 상황에선 민감도에 문제가 없고 특이도는 더 높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마케팅 측면을 감안해 너그럽게 수출용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유력 언론이 긴급사용승인을 가장 먼저 획득한 4개 업체들의 순발력과 기술력을 칭송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미국 중국 유럽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쾌재를 올리고 있고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못잖게 밤잠을 자지 못하고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에 혼신을 다한 후발업체도 많다. 

보건 당국은 과도한 제품 난립으로 인한 관리상의 복잡함, 부실 제품 돌발로 인한 비난 등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후발업체의 긴급사용 승인을 지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력이 오래된 기존 업체와 유착한다는 의혹의 눈초리가 많다는 점을 감안, 투명하고 공정한 허가 절차로 스타트업 바이오기업에도 균등한 경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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