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항히스타민제 성분을 포함한 감기약, 알레르기약, 멀미약 등 일반의약품(OTC)을 과다 복용하면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인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녹내장은 안압과 관련한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 결손이 일어나는 중증질환이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시 부작용으로 동공 확대가 일어날 수 있다. 녹내장은 안압이 평상시보다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동공이 확대되면 안구 내에 존재하는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고,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동공 확대가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이어트약 역시 이와 비슷한 발병 기전으로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다이어트약 중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성분은 부작용인 식욕부진 때문에 다이어트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성분은 항히스타민제와 비슷하게 눈 안쪽 구조물에 부종을 유발하고 이 부종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 쪽의 전방각을 좁아지게 만들어 안압 상승을 유발해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 복용 이후 안압이 상승하는 폐쇄각 녹내장 발작이 일어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어떠한 원인으로든 안압이 상승하게 되면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약물로 인한 안압상승의 위험인자가 있을 때는 일반의약품 복용 전에도 전문의나 약사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보통 감기약, 멀미약과 같은 약물 복용 후 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전방각이 좁은 폐쇄각 녹내장 환자의 경우엔 이같은 약을 복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정종진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건강을 위해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환자군에 따라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다만 모든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의약품 복용 이후 안통·두통·메스꺼움·충혈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안과에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