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확산으로 외부활동은 줄어들고, 하릴없이 감염병 정보를 들여다보다 불안과 공포감만 가중되는 요즘이다. 신체 건강은 물론 마음건강까지 망가지는데 전문가들은 ‘심리적 방역이 뚫린 것’이라고 표현한다. 심리적 방역은 어른보다 아동이 취약하다. 아동에게도 부모의 불안한 심리가 전이되지만 표현이 서툴러 이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쉬우므로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신종 코로나 불안감, 어린이 뇌 발달에도 악영향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이슈가 두 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심리적 피로도 깊다. 자신이 감염돼 격리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마스크 구매에 혈안이 되어 다른 일을 하지 못하거나, 바뀐 일상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집단 패닉에 가까운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병원을 찾는 사람 가운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목이 간질간질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등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난 게 그 증거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심리방역’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심리상태는 질병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심리 방역에 가장 취약한 층에 어린이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자신의 불안감을 표현하기 어렵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의 기능이 마비된 데다 부모의 불안감이 아이에게 전달되면서 아동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어른보다 클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은 아동의 뇌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배 교수는 “어른들은 뉴스를 찾아보거나 지인과 감정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동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이들은 보기에는 잘 노는 것 같아도 무섭고 불안한 마음을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기에는 질병이나 오염에 대한 공포가 큰 편으로 사회적으로 오염, 병에 대한 공포가 강해졌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는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우리 가족들이 다치면 어떡하지?’, ‘바깥세상에 큰일이 난 거 아닌가?’라는 공포를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표현을 못하는 속성을 가진다.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감을 잘 느끼는 아이들은 불안장애나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평상시보다 짜증이 늘었다거나 놀이 패턴에도 변화가 생긴다면 아이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지 잘 관찰해봐야 한다.
규칙적·긍정적인 생활 유도하며, 위생관리 중요성 강조
감염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면 마스크 착용, 비눗물에 손씻기 등 위생수칙를 잘 지키며 적절한 심리방역으로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재난과 트라우마위원회’는 심리방역을 위해 △신종 코로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짜뉴스를 걸러 보며 △숙면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불안감과 혐오감을 갖기보다 긍정적 시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 몰래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며 “질병관리본부 등 공식기관에서 제공하는 뉴스 외에 과도한 뉴스 시청을 줄이고 감염병 예방과 방역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고민을 편하게 들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집안일에 아이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실내공기를 자주 환기해 아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