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51) 씨는 2년 전부터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으로 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간간이 신경주사 치료를 받으며 지냈다. 주사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돼 한동안은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달 전부터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이 갑자기 심해졌다. 주사 치료를 2~3회 받았지만 통증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여기에 발목의 힘까지 저하돼 잘 올라가지 않는 증상도 나타났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결과, 추간판이 아래로 많이 흘러내린 ‘추간판탈출증’을 진단이 나와 수술을 받았다.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추간판탈출증은 가장 흔한 척추 질환이다.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추간판 내부의 젤리 같은 수핵이 탈출해 주변을 지나는 척추신경을 압박해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탈출된 디스크가 크거나 위 또는 아래로 전위되는 경우 ‘디스크가 터졌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재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추간판탈출증은 흔한 질환이지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주사치료 같은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이 감소했을 때는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간판탈출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이다. 허리통증만 심하거나 다리저림만 심한 경우도 있고 두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다리를 펴서 들어 올리려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하면 보행이 어렵고 하지 근력이 저하돼 보행 시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제한돼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질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의 원인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정짓기 어렵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에 생활습관이나 자세(근무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력도 추간판 퇴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추간판탈출증의 진단은 증상, 이학적 검사, 단순 X-레이로도 추정이 가능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MRI로 이뤄진다.
이 교수는 “허리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이 크고 부작용이 많다는 부정적 인식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 등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면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수술법은 척추내시경수술이다. 이 수술은 작은 구멍 1~2개를 이용해 수술이 이뤄지는데 근육의 손상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을 잘 보존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이 거의 없다. 디스크 제거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교수는 “디스크가 크고 하방 전위가 심하면 기존 디스크절제술에선 절개 부위가 크고 디스크 제거를 위해 뼈를 제거해야 하는 범위도 넓어진다”며 “내시경수술법을 이용하면 뼈 제거 범위를 최소화하고 깊숙한 부분까지 모두 직접 확인하면서 탈출한 수핵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간판탈출증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는게 좋다. 20~30분가량 평지나 낮은 언덕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자유형이나 배영 중 편한 것) 등 유산소운동도 권장된다. 올바른 허리 사용법을 익히고 습관을 들이는 것도 추간판탈출증 예방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