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당·정·청 회의 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대구·경북 봉쇄전략을 언급했다가 혼쭐이 나고는 ‘감염병 방역체계에 대한 용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결국 홍 의원은 대변인직도 사퇴해야 했다. 현재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방역에 봉쇄전략과 완화전략 모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감염병 방역에서의 봉쇄전략과 완화전략은 무엇이며 두 전략을 동시 사용한 것에 문제는 없는지 알아본다.
전파 차단 ‘봉쇄전략’ VS ‘피해 최소화’ 완화전략
무서운 이름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했던 봉쇄전략(containment Strategy)은 특정 지역을 출입을 틀어막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감염자 격리와 동선 공개 등을 통해 감염병 유입과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는 방역 방법이다. 주로 감염병 초기에 감염자가 적을 때 사용하는 방역 활동으로 1차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완화전략(Mitigation Strategy)은 전파 차단보다 중증도 환자의 치료에 역량을 집중해 사망 등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정책이다. 감염자의 증가 속도가 매우 크거나, 감염자가 많고 산발적이어서 전파 억제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을 때 중증 환자의 치료를 위주로 의료 역량을 가동한다.
과거 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의 방역정책은 봉쇄전략이었으나, 2009년 인플루엔자 유행(Pandemia de gripe A (H1N1))은 완화전략이었다.
2009년에도 위기경보를 지금과 같은 ‘심각’ 단계로 올리고, 그에 맞춰 검역이 축소되고 역학조사가 중단됐다. 검역과 역학 조사에 집중됐던 인력과 의료자원은 지역사회의 환자를 찾고 치료하는 데 투입됐다.
전문가들 완화전략으로 전환 권고 … 당국 동시 진행
지난 18일 슈퍼전파자인 31번 환자가 대구에서 출현했고, 20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23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그에 맞춰 봉쇄전략을 완화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는 공동으로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전파 억제에서 치료로 역량을 집중하자는 논의를 진행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국면으로 양상이 변화됐다”며 “유행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환자 조기발견을 위한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현재 13개 상급병원이 참여하고 있는 병원기반 중증호흡기 감염병(Severe acute respiratory infections, SARI) 감시체계와 전국 52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관여하고 있는 인플루엔자 실험실 표본감시 체계(Korea Influenza and Respiratory viruses Surveillance System, KINRESS)에 추가로 들어갈 병원을 확대해 감시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봉쇄전략과 완화전략을 모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파 양상의 규모가 크지만 일부 지역 중심으로 특정 집단에 의해 일어난 단일 전파(대구·경북 지역 신천지교회 교인 중심)이기 때문에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 중심의 방역 봉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해외유입 차단, 환자 발견과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격리 등 봉쇄정책을 유지한다”며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봉쇄와 완화의 두 방향 전략을 병행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전략’ 위해 증상 강도에 맞는 환자 선별 선행돼야
이에 정부는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 의심되는 호흡기질환자들을 따로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하는 등 완화전략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화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의료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 호흡기 감염환자가 응급실에 몰려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발열 환자를 체크해서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고, 다른 병원은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신종 코로나 감염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혼란으로 인해 의료시스템이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같은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 당국은 국민안심병원 외에도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치료를 받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소가 선별진료 외래를 맡고, 경증환자는 지방 의료원이 소화하고, 중증환자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이나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하는 식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빠르게 완화정책으로 전환해 대응할 시점에 당국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 욕심을 내다 모두 놓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