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로슈가 긱각 개발 중인 아밀로이드베타 항체 계열 두 가지 알츠하이머병(치매) 신약후보물질이 개선된 효과를 보이지 못해 2/3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은 유전성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어떤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로슈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환자군 자산을 바탕으로 2가지 3상 임상결과를 밀어붙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들 2/3상 임상연구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립대 의대(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유전성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94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솔라네주맙,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위약 등을 투여하고 최대 7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상염색체 우성 유전성 알츠하이머병(dominantly inherited Alzheimer’s disease, DIAD)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1차 평가변수는 초기 상태에 쓰이는 4가지 테스트를 이용해 4년 동안 매년 인지능력을 추적 평가했다.
간테네루맙과 솔라네주맙은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 분석 결과 복합적인 인지능력의 감소세를 늦추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오는 4월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2차 평가변수와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이 진행되는 가운데 릴리는 솔라네주맙으로 2016년 광범위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 대상 임상에서 실패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 소규모 DIAD 환자를 대상으로 한 2/3상에서도 좌절을 맛본 이상 추가 임상시험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로슈는 2014년 간테네루맙의 3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2017년 임상을 재개했으며, 이번엔 2가지 3상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DIAD 환자에 대한 임상실패에 로슈는 2/3상의 실패와 향후 진행될 후기 임상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며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보이고 있다.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로슈 최고의학책임자(CMO)는 “2/3상의 실패가 진행 중인 2개의 3상 임상시험(GRADUATE 1, 2)에 대한 자신감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며 “2/3상 결과를 최종 결론으로 굳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 분석가의 시각은 다르다. 투자기관인 제프리(Jefferies)의 분석가들은 “소규모 연구이자 초기 환자에게 적정 용량보다 적은 양을 투여하는 임상은 빛바랜 결과를 낳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3상 임상시험을 강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로슈는 이런 리스크가 3상 임상시험이 나오는 2022년에 수익성 있는 결과로 상쇄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간테네루맙의 용량을 치매 초기 단계에 투여하던 저용량 이상으로 올리면 그동안 실패했던 임상이 더 나은 결과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같은 릴리와 로슈 관련 치매치료제 개발 임상 실패 소식은 비슷한 약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젠 주가를 10일(미국 현지시각) 2% 떨어뜨렸다. 이 회사는 이미 한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거절당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애두카누맙(aducanumab)를 고용량에서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조만간 FDA에 재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잇따라 임상에 실패함에 따라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다. 릴리의 솔라네주맙은 뇌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기 이전의 용해성 아밀로이드 베타에 결합하는 반면 로슈의 간테네루맙은 이미 플라크가 형성된 아밀로이드 베타의 집합형에 결합한다. 이에 따라 간테네루맙에 대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이번 이들 후보물질의 임상 실패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로슈는 다른 항아밀로이드 항체인 크레네주맙(crenezumab)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크레네주맙은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임상 3상 CREAD 1, CREAD 2 연구가 실패했다.
작년 7월 노바티스와 암젠은 BACE1(β-site APP cleaving enzyme1) 억제제 CNP520(umibecestat)에 대한 APIGP(Alzheimer’s Prevention Initiative Generation Program)에 2가지 주요 2/3상 임상연구를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베타아밀로이드보다는 혈중 타우(tau)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방향으로 신약개발이 전환돼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재향군인병원(VA San Diego Healthcare System)의 케슬리 토머스(Kelsey R. Thomas) 박사 연구팀은 4년 동안 평균 연령이 72세인 노인 747명을 인지능력에 따라 ‘정상군(305명)’, ‘기억력과 사고력에 미세한 차이가 있는 군(153명)’,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군(289명)으로 나눠 매년 PET-CT(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로 스캔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도인지장애군에서는 연구 시작 당시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은 정상군에 비해 더 많았지만, 축적 속도는 정상군보다 빠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치매 유발물질로 추정되는 타우단백질은 엉킴(tangle) 현상이 심할수록 인지기능 저하 정도가 비례하는 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치매의 주범이 아니며, 현재 연구개발 중인 치매 치료의 표적이 바꿔야 한다고 결론냈다. 타우 단백질과 관련해서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인지기능의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타우 엉킴 현상이 시작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허가 단계에 가장 근접한 ‘타우단백질 생성 억제 항체’ 신약후보물질로는 릴리의 자고테네맙(zagotenemab), 바이오젠의 고수라네맙(gosuranemab), 로슈의 세모리네맙(semorinemab), 애브비의 티라보네맙(tilavonemab) 등이 있다.
4가지 모두 임상 2상 단계로, 올해 또는 내년 중 임상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 중 고수라네맙과 티라보네맙은 이미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치료 임상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치매 치료제의 가능성을 놓고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