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교신저자), 신혜림 교수(제1저자) 연구팀이 복강경 대장수술에서 ‘다관절 복강경 기구’가 기존의 고정형 수술 기구에 비해 수술자의 깊이 인지 능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시켜 수술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대장의 복강경 수술 시에는 환자 체내의 좁은 공간에서 수술 기구로 다양한 조작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 고정형 수술 기구는 단일 방향으로만 움직여 수술자의 시야 확보와 정교한 처리 등이 어려워 효율성과 정확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다관절 복강경 기구는 사람의 손목 움직임을 모방한 다관절 설계로 다양한 방향의 조작이 가능해 체내의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다관절 복강경 기구가 기존 고정형 수술 기구와 비교해 대장 복강경 수술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대장암 등 복강경 대장수술을 받는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고정형 기구를 사용한 환자 그룹(20명), 다관절 복강경 기구를 사용한 환자 그룹(50명)으로 분류해 수술 성과를 평가했다.
평가는 수술 비디오 분석 및 글로벌 복강경 수술 기술 평가도구(mGOALS)를 통해 이루어졌다. mGOALS은 깊이 인식, 양손 기술, 효율성, 조직처리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평가할 수 있어 수술 성과를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다. 경험 축적 단계(Experienced Phase)에서의 성과도 비교 분석했다. 기구를 사용한 경험이 축적된 이후 기구 조작의 숙련도를 학습 곡선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밖에 수술시간, 출혈량, 입원기간,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추가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술 시간은 약 34분 단축되었으며 수술 중 출혈량은 약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다관절 복강경 기구를 사용한 그룹에서 조직을 다루고 깊이를 인식하는 측면에서 고정형 기구 대비 유의미한 향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다관절 복강경 기구가 수술자의 조작성을 높이고 수술 중 정확한 시야와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수술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경험 축적 단계에서는 의료진이 숙련도를 쌓을수록 수술 성과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수술자가 10회 정도의 사용만으로도 충분한 숙련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관절 복강경 기구를 큰 학습 부담 없이 빠르게 익혀 적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복강경 대장수술에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의 효용성과 안정성을 최초로 검증한 사례로, 환자의 회복 속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의미가 깊다.
오흥권 교수는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는 로봇수술에 비해 경제적이면서도 유사한 수준의 다방향 조작 기능을 제공해 향후 다양한 의료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복잡한 수술에서도 다관절 복강경 기구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더 많은 임상적 근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 혁신의료기기 실증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2024년 10월 유럽대장항문외과학회지에 ‘Comparison of surgical performance using articulated(ArtiSential) and conventional instruments for colorectal laparoscopic surgery: A single-centre, open, before-and-after, prospective study’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