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소 ‘APOBEC3B’가 면역반응을 높이는 백신 제조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리즈대(University of Leeds), 영국 런던 소재 암연구소(The Institute of Cancer Research), 미국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클리닉 연구팀(Mayo Clinic team)이 진행한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APOBEC3B란 효소의 돌연변이율을 높여 이를 백신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분석 결과 돌연변이율을 높인 세포는 대조군 세포와 비교해 암세포에서 100만 개 이상의 추가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며 “이 중 약 6만8000개는 원래 세포와 같은 APOBEC 유전자 서명(signature)을 포함하고 있고 이러한 서명들은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검문하는 역할을 막아 암세포를 치료에 취약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조작한 유전자를 그대로 투여하는 방법보다는 암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유전자만 추출한 뒤 개별적인 백신을 만들어 이를 투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백신을 기존 약물이 잘 듣지 않는 종양을 앓고 있는 쥐에 투여했으며 그 결과 조작한 APOBEC3B 유전자가 쥐의 면역체계에 포착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암세포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뇌종양을 앓고 있는 소아 대상 실험을 시작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백신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앨런 멜처(Alan Melcher) 영국 암연구소 면역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이 빠르게 진화하고 화학요법에 저항력을 갖기 위해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역발상으로 이용해 암세포를 면역요법에 훨씬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아델 샘슨(Adel Samson) 리즈대 의대(University of Leeds’ School of Medicine) 교수도 “성인 암은 보통 기존 항암 화학요법제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축적에 의해 발생하지만 이 돌연변이를 바탕으로 면역계가 암을 감지하고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미래의 치료용 암 백신에 어떤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면역요법은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단백질과 환자에게 원래 존재하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모든 암세포에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