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던 중증 승모판역류증의 비수술요법이 개발돼 고령·고위험 환자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박덕우·김대희·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승모판역류증 환자 김모 씨(82)를 대상으로 마이트라클립(Mitraclip)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4일 밝혔다.
승모판역류증은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 판막인 승모판이 나이들수록 점차 퇴행하거나, 심근병증으로 인해 늘어난 심장근육이 판막을 바깥쪽으로 잡아당겨 승모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서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혈액이 심장 내에서 역류하는 질환이다. 호흡곤란, 심부전 등을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환자는 중증 승모판역류증을 진단받고 수술을 위해 입원했지만 정밀검사 결과 대동맥판협착증, 대동맥죽상경화증, 심방세동, 신부전 등 복합질환이 동반된데다 고령이라 수술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통합진료팀은 개흉수술 없이 마이트라클립 2개를 승모판에 장착시켰다. 마이트라클립은 승모판막을 구성하는 두 개의 판 사이를 클립처럼 집어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감소시킨다. 가슴을 열지 않고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심장 내부까지 가느다란 관을 넣어 승모판에 클립을 부착한다. 김 씨는 빠르게 회복돼 시술 5일 후 퇴원했다.
박덕우 교수는 “고령 환자가 늘면서 심혈관 및 판막 노화로 인한 심장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고령이나 동반질환으로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마이트라클립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희 교수는 “마이트라클립시술은 3D초음파로 클립의 정확한 위치와 승모판의 해부학적 구조를 실시간 확인해야 하므로 의료진 간 긴밀한 협진이 필수”라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의 통합진료시스템과 다년간 축적된 국내 최다 중재시술 및 심초음파 경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보트가 제조한 마이트라클립은 2003년 처음 소개돼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선 2019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올해부터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