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아증후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1저자 오대종 임상강사)은 기존 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 구분되는 독립된 질환인 노인 아증후우울증(subsyndromal depression)의 역학적 특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아증후 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이다. 하지만 심한 우울장애 못잖게 노인의 신체건강. 일상생활 유지기능, 인지기능, 기대수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기웅 교수팀은 국내 60세 이상 노인 6640명을 10년간 추적관찰해 아증후우울증의 진단기준을 개발하고 실제 환자를 진단했다. 이어 유병률, 발병률, 위험인자 등 역학적 특성을 분석해 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의 객관적 차이를 최초로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 국내 60세 이상 노인의 약 10%가 아증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매년 16만명 이상의 아증후우울증 노인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우울장애 발생보다 5배가량 많다.
또 주요 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는 70세 이상 고령노인과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서 많은 반면 아증후우울증은 여성, 낮은 수면의 질, 낮은 사회경제수준, 낮은 사회적 지지 수준을 보인 노인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진마저 치료가 필요한 아증후 우울증을 진단하는 방법에 익숙치 않고, 위험인자나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잖다.
김기웅 교수는 “아증후우울증이 치매, 사망률, 건강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후속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16만명에 달하는 신규 환자를 줄이기 위한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면증 등으로 수면의 질이 낮은 노인은 수면 조절만 위한 단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아증후우울증에 대한 통합적인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좋다”며 “아증후우울증 환자를 위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사회적 가족’ 등 다양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