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소아 간이식수술 100례를 달성했다. 인경·김명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팀과 한대훈 간담췌외과 교수는 최근 생후 10개월 된 아기에게 혈액형이 다른 친모의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1999년 첫 번째 수술 이후 100번째 18세 미만 소아 간이식이다. 또 새해 첫 소아 간이식인 동시에 14번째 혈액형 부적합 소아 간이식이다.
지난해 3월 정상체중인 3.4kg으로 태어난 석준서 군은 지속된 황달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결과 담도폐쇄증을 진단받았다.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간경변증 진행을 막는 ‘카사이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간경변증이 진행되고 담도염으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간부전으로 악화될 조짐이 보여 간이식이 불가피했다. 지난 2일 A형인 석 군은 B형인 모친의 간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인경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환아가 잘 견뎌줬고 간이식을 위해 모친이 체중을 감량하는 등 환자와 보호자의 노력과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혈액형이 다를 때 시행하는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은 생체 기증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먼저 간이식 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혈장교환술(Plasma exchange) 같은 탈감작요법(Desensitization)으로 간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걸러낸다.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리툭시맙(Rituximab)’ 등 약물을 주입해 이식 후 부작용을 줄인다.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은 준비 및 수술 과정이 복잡한데 특히 소아는 성인보다 수술이 어려운 케이스가 더 많다. 성인에 비해 예방접종을 덜 받아 감염에 취약하고, 수술 전후 사용할 수 있는 약도 제한적이다. 또 수술 부위가 상대적으로 작아 이식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고, 간 크기도 차이가 나 이식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석 군은 간이식 후 복수가 조절되면서 몸무게가 8.5kg에서 7.5kg으로 돌아왔고, 빌리루빈 수치도 7.8mg/dL에서 0.2mg/dL로 개선됐다. 치료가 끝난 아이는 건강을 회복해 21일 퇴원했다. 아이에게 간의 왼쪽 일부를 공여한 엄마도 건강을 되찾았다.
최근에는 과거 이식을 받지 못했던 고위험 환자의 장기이식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소아이식 건수는 10년 전 연평균 3~5례에서 최근 12례 가량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소아 간이식수술의 20~30%을 차지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