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좌석·음식 메뉴 확장 등 편의성 개선 … 업계 1위 스타벅스, 콘센트 줄이고 빠른 고객회전만 집중
31일 오전 10시 할리스커피 용산리첸시아점은 아침 시간인데도 1인 좌석에 앉아 공부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1인 전용 좌석이 가득 차 카페인지 도서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스타벅스 숙대입구역점은 할리스커피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창가 좌석에 앉아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2명이 앉아 대화를 하거나 주문 후 테이크아웃을 해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매출액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하며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스타벅스에 ‘카공족’이 줄어들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카공족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고 고정 고객이 확보된 상태에서 오래 체류하는 고객 확보보다 빠른 고객 회전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20~30대 카공족을 중심으로 ‘스타벅스가 공부하거나 일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 확대와 점포 확장 등 추가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냈다.
이에 갈 곳 없는 카공족을 유치해 수익 확대를 꾀하는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충성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먹혀들어간 결과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카공족을 위한 1인 테이블을 카페 한 켠에 배치하고 노트북 이용을 위한 콘센트가 있는 좌석을 대폭 늘리는 등 편의성 개선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할리스커피다. 이 회사는 최근 오픈 또는 리뉴얼한 매장을 중심으로 1인용 좌석, 소형 테이블, 콘센트가 있는 대형 테이블을 늘리고 있다. 4인 테이블을 줄이고 1~2인 테이블을 늘려 낭비 공간을 최소화하고 동네에서 카페를 혼자, 자주 방문하는 고객이 증가하자 이들이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별적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고객 1인당 소비금액인 ‘객단가’를 높이는 게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보다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카공족은 보통 식사시간을 포함해 카페에 머무는데 스타벅스 등 기존 카페에는 샌드위치나 디저트 메뉴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이에 할리스는 카공족을 겨냥한 샌드위치와 커피 세트 메뉴를 7000원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해 인기가 좋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베이커리, 플레이트 메뉴 100여 종을 개발했다. 계란이 얹혀진 ‘에그데니쉬’, 바게트볼볼인 ‘머쉬룸 수프볼’과 ‘치즈퐁듀 바게트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스파이시 씨푸드 리조또’, ‘로제 펜네 그라탕’ 등 레스토랑 메뉴도 판매한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보통 점심·저녁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일반적이라면 카공족은 커피를 먼저 마신 뒤 짐을 놔두고 자리는 그대로 놔둔 채 잠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들어온다”며 “식사 메뉴를 확대해 카공족이 이동없이 카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을지로, 이태원, 강남 등 번화한 상권이 형성된 곳들을 중심으로 매장 확대 개장, 전략적 재보수 등 인테리어를 개편하고 가맹점과 직영점 비율을 약 5대1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지역 상권별 소비자 특성에 맞춘 공간 재구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야외 정원으로 꾸민 세로수길점과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린 경주 보불로점 등이 대표적이다.
가맹점 모집을 늘리면 단기간에 점포 수가 늘어 몸집은 커지지만 매장 당 매출은 떨어진다. 할리스커피는 외형보다는 내실을 택해 매장 수를 매년 20% 정도만 늘리고 있다.
경영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투자가 집중되는 직영점과 협력관계가 중요한 가맹점 간 비율을 균형 있게 맞춘 성장전략이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할리스는 연 매출액이 2017년 1409억원에서 2018년 154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53억원에서 16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점포 수는 총 580개 안팎이다. 할리스의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지난해 기준 스타벅스가 8.5%, 기타 커피 전문점이 5~6%대인 데 비해 높다.
할리스커피는 1998년 국내 첫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역 한 건물 지하에 1호점을 시작으로 2003년 극장 업체인 프리머스시네마에 합병됐다가 2005년 할리스에프앤비 법인을 설립하고 창업투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해외 1호점을 열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페루 리마, 필리핀 마닐라, 중국 심천·북경, 태국 방콕 등에 진출했다.
할리스커피는 2013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특수목적법인(SPC)인 크라운유한회사를 통해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450억원으로 지분 93.05%를 보유하고 있다. IMM PE는 수차례 실적 개선 후 바이아웃(인수 뒤 재매각)을 시도했지만 적정 가격 협상에 실패했다. 지난해 도이치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뒤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카페 프랜차이즈 기업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져 내년에는 매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 가격은 200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이 매출액 상위 6개 커피전문점의 서비스 이용경험자의 소비자 만족도 및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비스 품질 만족도, 상품 특성 만족도, 호감도의 중요도(가중치)를 반영한 평균값인 종합만족도는 평균 3.88점이었다. 그 중 할리스커피는 3.9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는 3.93점, 엔제리너스는 3.86점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할리스의 성공 사례를 따라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속속 카공족 잡기에 나섰다. 탐앤탐스는 스터디 카페 스타일의 매장 ‘라운지탐탐’을 서울 광진구 건국대입구역 근처에 열었다. 이 곳은 기존 카페와 달리 2~10시간으로 구성된 일일권을 구매하거나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다. 카페 대신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셈이다.
지난 4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된 업계 2위 투썸플레이스 역시 장시간 체류하는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성공을 거뒀다. 커피와 음료에 집중한 다른 전문점과 달리 디저트 메뉴를 적극 개발해 객단가를 끌어올렸다.
스타벅스의 라이벌이었던 커피빈은 진출 초기부터 콘센트를 없애는 전략을 고수했다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다. 지분 100%를 보유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PE) 컨소시엄이 필리핀 식품회사 졸리브푸즈에 80%, 베트남 커피체인비엣타이에 20% 지분을 팔아 매각됐다.
무료 와이파이와 콘센트 설치 좌석으로 카공족들을 끌어들였던 스타벅스는 콘센트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을 듣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콘센트가 없는 점포는 대부분 복합쇼핑몰 등에 입점해 자체적으로 콘센트 확보가 어려운 점포들”이라며 “기존 매장에선 여전히 콘센트를 많이 설치해놓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스타벅스의 변심을 의심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찾은 한 카공족은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노트북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어쩔 수없이 다른 카페로 가야할 것 같다”며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찾으면 주변에도 추천하는 편으로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