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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서비스 혁신 이끄는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2-06 02:44:13
  • 수정 2020-09-10 15: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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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기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입원환자 합병증·사망, 의료진 피로도 감소에 효과적”
김동기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내과 수련기간 단축으로 3년차 전공의와 4년차 전공의가 한꺼번에 배출되는 2020년은 우수한 역량의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과 수련기간 단축의 여파로 입원환자를 관리할 전문인력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인력 부족은 곧 입원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죠. 결국 병원이 살고 환자도 살려면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동안 입원환자 관리는 진료과 교수의 책임 아래 교육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가 맡아왔다. 담당교수는 외래진료, 수술, 교육, 연구를 도맡아 회진 시간을 빼면 환자를 제대로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의도 진료보조, 수련, 논문작성에 환자관리까지 병행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내과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근무시간이 줄면서 야간 및 주말의 입원환자 관리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7월 시범사업에 들어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지정된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의 초기 진찰, 경과 관찰, 상담, 퇴원 계획 수립 등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한다. 수술을 집도하거나 외래진료를 보는 것은 기존 교수진이 전담한다. 지난 10월 기준 36개 병원에서 175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내과 전문의가 112명으로 가장 많다. 미국에선 1996년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라는 명칭으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분야인 데다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조건과 불투명한 장래성 탓에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은 연봉 2억원을 제시했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확대 운영에 사업 활기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대대적인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침체기에 놓였던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선제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해당 제도의 조기 정착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김동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진료운영실장)는 “입원 전담 의료진을 기존 5개 진료과·11명에서 12개 진료과·51명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 1월부터 의료진을 선발하고 이에 맞춰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및 관리를 맡을 입원의학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 교수 업무환경 개선 기대
 
그동안 서울대병원은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신경외과 병동에서만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해왔다. 내년부터는 기존 5개 진료과 외에 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과·이비인후과·비뇨기과·안과·정형외과 병동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가 활동하게 된다. 전문의의 세부적인 역할, 자격조건, 근무형태는 과별 특성에 맞게 조정된다.
 
김 교수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병동에 전문의가 상주해 입원환자의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고, 외래·수술·입원 분야별로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현재 우리 병원에서 입원의학전담교수가 담당하는 병상 비율은 5% 정도로 내년에는 40%, 3년에 걸쳐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입원환자 재원기간 단축, 합병증 위험 감소 효과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교수와 전공의의 근무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의사가 있으면 교수는 외래진료든, 수술이든, 연구든 한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전공의들도 가뜩이나 수련 기간이 짧아진 상황에서 좀더 효율적으로 교육과 수련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는 “입원병동에서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의식을 잃는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공의와 간호사만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 후 합병증 및 사망률 감소, 재원 기간 단축, 환자만족도 향상, 의료사고 및 분쟁 감소 등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분석한 것은 지난 7월 ‘대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이정환 인하대병원 내과 교수팀의 연구가 유일하다. 연구팀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폐렴 및 요로감염 환자 1015명을 입원전담전문의 관리군과 비(非)입원전담전문의 관리군으로 나눠 환자 예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입원전담전문의 관리군은 재원일수가 8일로 비입원전담전문의 10일보다 짧았다. 병원 내 사망률은 입원전담전문의 군이 2.4%로 비입원전담전문의 군의 4.8%보다 낮았다.
 
정규직 아닌 1년 계약직, 장래성·전문성에 의문 부호
 
장점이 많은 제도지만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내년 4월 시범사업을 마치고 본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대대수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인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있다.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또 주말 및 야간 근무에 대한 부담감이 큰 데다 전통적인 의사의 영역인 외래진료·수술이 아닌 환자관리만 전담하는 것이라 경력과 실력을 제대로 쌓기 힘들고 전문성과 장래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특히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경우 외과의사의 정체성인 ‘수술’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채용이 훨씬 힘들다.
 
김 교수는 “환자의 관리 방향을 두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입원전담전문의 간 의견이 충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입원환자에게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길 경우 수술 의사와 입원관리 의사 중 누가 책임질 것이가에 대한 법적 문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기존 의료진의 부정적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사업 초기이다보니 나이도 비슷하고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한 입원전담전문의를 동료의사가 아닌 전공의 대체인력 정도로 낮춰 보는 의료진이 종종 있다”며 “입원전담전문의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채용을 활성화하려면 기존 의료진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수가 책정과 입원의학 정립이 해답
 
그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인건비 등을 감안한 현실적인 수가 책정과 입원의학(Hospital Medicine)의 이론적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이론적 바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제도는 장기간 유지되지 않는다”며 “입원의학이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선 6만명, 일본에선 1400여명 입원전담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며 “내년은 내과 수련기간 단축으로 3년차 전공의와 4년차 전공의가 한꺼번에 배출되는 시기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내년 1월에 채용할 입원전담전문의를 계약직이 아닌 정식 교수로 임용하기 위해 교육부에 정원 확대를 신청해 둔 상태다. 김 교수는 “신규 채용할 전담교수에겐 기존 교수와 마찬가지로 연구실 배정, 학회 참여, 단기연수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동일하게 제공하고 급여 및 근무시간도 국내 의료계 최상의 조건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기(金東基)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1992년 3월~1998년 2월 연세대 의대 의학과
2001년 3월~2003년 2월 연세대 의대 대학원 의학과 의학석사
2007년 3월~2010년 2월 연세대 의대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
 
경력
2006~2008년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임상강사
2008~2009년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임상연구 조교수
2009~2012년 서울대병원 내과 임상 조교수
2012년~현재 서울대병원 내과 부교수
 
대한신장학회 부총무·정회원
국제신장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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