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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도에 울고웃는 대학병원들, 상급종합병원 ‘계급화’ 가속화되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1-29 10:03:58
  • 수정 2020-09-10 13: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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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기부터 중증환자 30% 유지해야, 최대 44%까지 가산점 … ‘빅5’만 유리 주장도, 외과계는 ‘위상 회복’ 기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선 경증·중증 등 ‘환자 구성 비율’이 당락을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제4기(2021~2023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예정된 가운데 일선 대학병원들이 핵심 평가 기준인 ‘환자 중증도’를 맞추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개선’에 방점을 둔 새 평가 기준에 대해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 경증환자를 1·2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고육지책’도 나오고 있다. ‘빅5’ 포함, 상위 10여개 상급종합병원과 나머지 병원들간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반응도 적잖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전체 입원 환자 중 중증환자의 비율을 기존 21%보다 9%p 높은 30% 이상(절대평가)으로 유지해야 한다. 30% 이상부터는 가산점이 차등 적용돼 44% 이상이 되면 최대 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중증질환은 희귀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질환, 치사율이 높은 질환, 진단 및 수술 난이도가 높은 질환 등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는 462개 질환을 의미한다. 이식수술이나 개복수술 등 고난도 치료행위가 요구되는 암, 중증 심장·뇌질환, 말기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이 해당된다.
 
반대로 경증환자 비율은 입원이 기존 16% 이하에서 14%, 외래는 17%에서 11%로 바뀌었다. 경증질환은 진단 및 치료가 간단하고 치명적이지 않은 ‘단순진료질병군’에 포함되는 고혈압, 결핵, 탈장, 항문질환,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당뇨병 등 100개 질환이다. 경증환자를 적게 유치할수록 평가 시 가산점이 부여된다.
 
‘환자 구성 비율’은 평가항목 중 가장 많은 가산점이 걸려 있어 상급종합병원 당락을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요구하는 중증환자 비율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중증환자 비율이 20% 중반대인데 여기에서 추가로 5~6%p를 올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중증환자 수나 고난도 수술 건수는 단기간에 확 늘어나는 게 아니여서 인근 1·2차 의료기관들과 환자 전원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환자 비율을 높인 새 평가 기준이 상급종합병원들의 계급화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J 대학병원 관계자는 “‘빅5’를 포함해 총 10개 안팎의 대학병원만이 중증도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로 이들 10개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또는 신규 진입을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치다보면 병원 간 부익부 빈인빅이 심해질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요구하는 중증도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1년 365일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을 풀가동해야 하는데 인력도 없고 수술실이나 수술기구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증환자를 늘리는 데 필요한 수가 인상 등 제도적 지원은 전무하면서 성과만 높이라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증환자 늘리기가 마땅치 않자 병원들은 경증환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중증도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경증환자 비율은 환자를 설득해 지역 1·2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거나, 병상 수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단기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하루 또는 연 평균 외래환자 몇 명 돌파’ 등으로 홍보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수치상 외래환자가 늘어도 세부적으로 살피면 70%가 경증질환 환자라 썩 달갑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차 의료기관에서 중증·경증질환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환자를 잘 설득해 다른 협력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고 있다”며 “외래환자가 줄면 단기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겠지만 향후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의 우려와는 별개로 그동안 고사 위기에 처했던 흉부외과 등 외과계 의사들은 이번 중증도 상향 조정 조치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있다. 서울권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중증질환에 대한 수술 건수를 늘리려면 외과계 인력 충원과 추가적인 예산 투자가 필수”라며 “그동안 전공의 지원율 감소, 저수가 등으로 인해 위축됐던 외과계 위상이 다시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대로 경증환자 비율이 높은 가정의학과,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과는 병원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질환을 단순히 중증, 경증으로 분류해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흡기내과학회 관계자는 “천식은 경증질환으로 분류되는데 1차 의원에선 볼 수 없는 중증 천식 환자도 적잖다”며 “하나의 질환을 칼로 무자르듯 중증, 경증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환자안전을 고려한 질환별 세부적인 조정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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