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기능 악화 30대 남성에 여동생 신장이식 … 2017년부터 수술 준비, 합병증 적고 회복 빨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수술에 성공했다. 허규하·이주한·양석정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 한웅규·나준채 비뇨기과 교수팀은 지난 11일 신장기능이 악화된 30대 남성 A씨에게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여동생의 신장을 이식했다. A 씨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해 지난 19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번에 수술받은 환자는 10여년 전 고혈압에 의한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가까운 병원에서 계속 외래 통원치료를 받아왔다. 올해 상반기부터 간헐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다가 지난 9월 신장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졌고, 요독에 의해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투석·신장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여동생이 신장 기증 의사를 밝혀 공여자 적합성을 평가했고 기증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허 교수팀은 지난 11일 5시간에 걸쳐 로봇으로 여동생의 좌측 신장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했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신장이식은 2010년 미국 일리노이대병원에서 시행됐다. 이후 유럽 일부 국가와 인도 등에서 이뤄졌으며,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개복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은 절개창이 대략 20cm 정도로 컸다. 반면 로봇 신장이식은 배꼽 주변에 6cm 정도만 절개창을 내면 수술이 가능하다. 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절개창이 작아 미용적 효과가 우수하고 수술 후 통증이 줄어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처감염 위험과 수술 중 출혈이 현저하게 줄었다.
허 교수팀은 이번 수술에서 기존보다 최대 10배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로봇기구의 관절운동이 한결 자유롭고 조작이 수월해 정교한 수술이 가능했다. 다만 아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 부담이 다소 큰 편이다.
허규하 교수는 “현재 로봇수술 신장이식은 도입 단계로 살아있는 기증자의 신장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며 “수여자와 공여자 선정 시 체격·혈관상태 등 해부학적 조건, 면역학적 위험도 등을 고려해 수술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더 많은 수술 경험이 쌓이면 뇌사자 신장 등으로 수술 대상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술 활성화를 위해 의료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2017년 말부터 한웅규 교수,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 수술센터와 함께 로봇수술 신장이식을 준비해왔다. 외국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로봇 신장이식의 문헌과 수술 동영상을 리뷰하며 기본적인 술기를 연습하고, 지난 3월에는 로봇 신장이식 경험이 많은 미국 디트로이트 헨리포드병원의 정우주 교수를 초빙해 카데바를 활용한 로봇 신장이식 워크숍을 가졌다.
허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로봇 신장이식을 받고 일상에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며 “국내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로봇 신장이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