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모 씨(50·여)는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손바닥에 물집에 생겼다. 평소 집안일로 물을 자주 만져 생긴 주부습진으로 여겨 보습제를 발라봤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물집처럼 보였던 병변이 점차 노랗게 곪기 시작하자 병원을 찾은 결과 ‘손발바닥농포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수족농포증’ 또는 ‘수장족저농포증’으로 불리는 손발바닥농포증은 국소농포건선의 일종으로 손발에 2~4mm 크기의 무균성 농포가 붉은색 발진과 함께 발생한다. 중년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심하면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피부가 갈라지고 가려움증과 통증이 동반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손·발톱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에서 다른 부위에 건선이 동반돼 두 질환이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손발질환 중 발생 비율이 낮고 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육안으로 관찰되는 증상이 손습진, 한포진, 무좀 등 흔한 다른 피부질환과 유사해 전문의 진찰과 조직검사가 필수다.
발바닥에만 병변이 생길 경우 무좀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물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랗게 곪는 부분이 손발에만 발생하면 손발바닥농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함유 국소도포제와 비타민A유도체 레티노티드 계열 차세대 제제인 아시트레틴(acitretin),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 등 경구 약물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건선 유발인자인 인터루킨-23(IL-23)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한국얀센의 ‘트렘피어 프리필드 시린지주’, 성분명 구셀쿠맙 guselkumab)가 치료제로 승인됐다.
윤현서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손발바닥농포증은 건선처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으로 흡연이 가장 직접적인 질병 악화인자로 알려져 있다”며 “가급적 빨리 담배를 끊고 간접흡연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