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 활용 목적 역력 … 혈세 2500만원 사유화된 연구에 쓰여, 연구비로 ‘학문 놀음’ 지양해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 씨(28)가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한 연구논문은 37명의 정상 또는 약간 이르게 태어난 아이 중 태내(주산기)에서 저산소허혈성뇌병증(HIE,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을 보인 신생아와 정상적으로 태어난 54명의 혈관내피세포 산화질소합성효소(endothelial nitric oxide synthase, eNOS)의 염기다형성(polymorphisms)을 분석함으로써 HIE의 조기진단 가능성의 실마리를 열어보는 내용이다.
HIE는 태아의 뇌내 혈류순환 장애로 NOS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산화질소(NO)은 체내에서 신경전달, 혈액응고, 혈압조절(주로 혈관확장에 의한 혈압강하) 등 생리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신생아의 뇌졸중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며 혈관내피세포산화질소합성효소(eNOS)의 염기다형성(동일 유전자에서 특정 염기서열의 변화로 다양한 형질이 나타나는 것)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결과 정상아는 이 유전자의 유전형질(genotype)이 GG로 표시된 경우가 83.3%로, HIE 신생아의 97.3%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면 GG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AA 대립유전자(allele)는 정상아에서 3.7%가 나왔고 HIE 신생아에선 제로였다. 절충적 특성을 보이는 GA 대립유전자는 정상아에서 13%, HIE 신생아에선 2.7%로 나왔다.
HIE 합병증 가운데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 신생아(persistent pulmonary hypertension of the newborn, PPHN)는 총 9가지 유전형질 중 TT형과 TC형에서 각 1명과 3명으로 유독히 적은 행태를 보였다. 두 유전형의 대조군 대비 오즈비(odds ratio, OR)는 각각 24와 10.2였다. 오즈비가 높을수록 진단시 차별성이 높아 진단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또 8개의 단상형(單相型, haplotype, 1개의 염색체에 다형의 유전자가 조밀하게 연쇄할 경우 각 대립유전자 간 조합) 유전자 중 발현빈도가 높은(5% 이상) 5개 단상형을 세부 분석한 결과 AbT 단상형은 HIE 신생아에서 1.4%만이 나와 유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초연구는 당장 HIE 신생아를 감별할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데 활용되기 어렵다고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또 HIE 신생아 출산을 줄이는 것도 뾰족한 의학적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자료로서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이 실린 대한병리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Pathology)는 논문평가기관마다 다르지만 논문영향지수(Impact factor, IF)가 2012년에는 0.174 또는 0.21 수준에 그쳤다. 2016년 1.44로 소폭 상승했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논문을 게재할 2009년 당시 IF는 0.08로 더 열악했다.
대한병리학회지지는 과학기술논문색인 확장판(SCIE)급 저널이었다. SCIE는 SCI보다 그레이드가 낮은 검색 리스트다. 의학논문 검색 사이트인 펍메드(Pub Med)에서 2012년 2월에서 2014년 12월까지 287개의 이 학회지 논문이 검색된다. 이후엔 그나마 SCIE에서도 빠졌다.
이에 대한병리학회와 대한세포병리학회지가 합쳐져 2015년 1월부터 대한병리중개의학지(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al Medicine. JPTM)를 발간하고 있다. 펍메드에선 현재 JPTM 논문이 362개 검색되고 있다. 아직 SCIE 반열로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의학학술지 중 SCI급 학술지로 등재된 것은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IF 1.716), 연세메디컬저널(Yonsei Medical Journal, IF 1.537)이 유이하다. SCIE급 국내 의학학술지로는 대한비뇨기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Urology) 등 총 23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논문의 책임저자(교신저자)인 장영표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해외 논문’이라고 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형식을 갖췄으나 프로페셔널 연구자 입장에서 보는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국내용’이다. 요즘 국내 교수의 우수한 의학논문은 대부분 IF 3 이상의 해외 학술지에 실리고 있다. 그러나 고교생, 그마저도 이과생이 아닌 외고생이 쓰기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고 보면 IF가 0.08에 불과한 연구논문의 제1저자를 고등학생에 쥐어준 것은 장 교수가 조 모 씨에게 평생 갚지 못할선물을 준 셈이다. 이를 대입 전형에 활용하고, 심지어 조국 후보자 딸이 이런 경험을 살려 부산대 의전원 유급기간 대입학원에서 월급 수백만원을 받는 ‘입시컨설턴트’ 역할까지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서민들 시각에서 억장이 터질 노릇이다.
더욱이 이 논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 한국연구재단이 장영표 교수팀에게 2500만원을 지원한 연구결과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연구결과가 일개 고등학생의 대입 근거 증빙자료로 활용됐다. 공적 연구결과의 사유화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이를 계기로 공적 연구지원자금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뿐빠이(분배의 속어)하듯 지급되는 연구비가 어떻게 교수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는지, 그 연구결과가 얼마나 허접한 것인지, 교수들의 연구라는 게 얼마나 피상적인 ‘학술 놀음’인지 그 창피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학계 전반과 연구지원 관리 당국의 대대적 개혁이 요구된다. 조국 후보 딸의 무임 승차는 언젠가 동티가 나고 사달이 나게 돼 있다.
SCIE급 국내 의학학술지 리스트
대한비뇨기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Urology),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학 연구저널(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 / AAIR), 임상·실험 이비인후과학회지(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정신의학 연구 학술지(PSYCHIATRY INVESTIGATION), 대한위암학회지(Journal of Korean Gastric Cancer Association), 대한영상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Radiology), 대한뇌졸중학회지(Korean Journal of Stroke), 한국유방암학회지(Journal of Korean Breast Cancer),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지(The Journal of Korean Continence Society), 대한소화관운동학회지(Korean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대한부인종양학회지(Korean 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 대한피부과학회지(Annals of Dermatology), 대한통증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Pain),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대한남성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Andrology), 대한진단검사의학회지(Annals of Laboratory Medicine), 대한당뇨병학회지(‘당뇨병 및 대사성질환’, KOREAN DIABETES JOURNAL), 대한신경외과학회지(Journal of Korean Neurosurgical Society), 대한심장학회지(Korean Circulation Journal), 대한암학회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대한기생충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Parasitology), 대한외과학회지(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대한신경과학회지(‘임상신경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