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두엽 뇌전증 수술 중 ‘운동유발전위 검사’를 통해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수술은 중요한 치료법이다. 그 중 측두엽 절제수술은 운동신경계와 관련이 적지만 수술환자의 1~3%가 편마비 등 합병증을 얻게 돼 예방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중 신경계 감시를 시행해오고 있다. 신경생리검사의 하나인 유발전위검사에서 운동유발전위 검사와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를 이용한다.
운동유발전위 검사는 두피에 설치한 자극전극을 통해 뇌 운동경로를 자극해서 양팔(엄지와 새끼손가락벌림근)과 양다리(전경골근과 엄지발가락벌림근)에 설치한 전극을 통해 근육 반응을 파형으로 기록하는 검사다.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는 손목 부위의 정중(正中) 신경과 발목 부위의 후경골 신경을 자극해 두피에 설치한 전극을 통해 감각 영역의 반응을 파형으로 기록하는 검사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대원 교수팀은 199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측두엽 절제수술을 진행한 892명 환자들을 추적관찰해 수술 중 신경계 감시법이 실제로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인지 분석했다. 수술 도중 신경계 손상이 일어나는지 파형 이상을 실시간 확인, 감시했다. 파형 이상의 판단 기준은 기본 파형의 진폭이 수술 중 5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삼았다. 이상이 나타나면 외과의사에게 알려 원인을 확인하고 구급처치를 시행해 영구 손상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신경계 변화 감시법은 신경생리,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긴밀히 협력하는 일종의 다학제진료인 셈이다.
신경 반응 진폭이 감소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과도한 견인(50%)이었다. 이밖에 뇌척수액 소실(30%), 저혈압(10%), 혈관수축(10%) 등의 원인은 모두 응급처치를 통해 대처할 수 있었다.
운동유발전위 검사 … 수술 중 신경계 변화 감지 100%
연구팀은 수술 환자 892명을 신경계 감시를 시행하기 전에 수술받은 613명과 이를 시행한 후에 수술받은 279명으로 나눠 합병증 발생 여부를 비교했다. 감시법 시행 전 환자 중 중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은 총 7명이였다. 편마비 1명은 자기공명영상검사(MRI) 상 뇌기저핵 뇌경색이 원인이었다. 나머지 6명은 중증도는 경미하지만 통증을 동반한 반신부전마비(3명)와 경도 반신부전마비(3명)와 같은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들은 기저핵 외에도 미상핵, 시상, 속섬유막에 발생한 뇌경색이 원인이었다.
신경계 감시를 진행한 환자 중 진폭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들은 총 10명 이었다. 운동유발전위 검사는 10명에서 모두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는 2명에서만 변화를 감지했다. 운동유발전위 검사로 이상 반응이 확인돼 바로 대처한 10명의 환자는 모두 합병증이 한 달 안에 회복됐다.
서대원 교수는 “수술 중 신경계 감시법은 잘 정비된 보험제도와 최근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뇌혈관, 뇌종양, 척추, 뇌기능 등 뇌신경계 관련 여러 수술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며 “난치성 뇌전증의 측두엽뇌절제술에서 ‘합병증 0%’로 그 효과를 이번 연구를 통해 증명된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되면 더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임상신경과학지’(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지난 7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