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 교수는 최근 세계적 저명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 ‘부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신호전달에서 칼슘의 알로스테릭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된 이 연구결과는 G단백 결합 수용체의 발견으로 201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듀크대학의 레프코비치 교수가 책임 편집을 담당해 화제가 되었고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는 과학의 전 분야에 걸쳐 탁월한 연구업적을 발표하는 1914년 창간한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이다.
칼슘은 뼈 속에 많이 들어있다가, 필요할 때 혈액으로 조금씩 유입돼 늘 일정 농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칼슘 섭취가 적거나 섭취한 칼슘을 제때 흡수하지 못하거나, 부갑상선기능저하 등이 발생할 때 저칼슘혈증이 생긴다. 부갑상선호르몬(PTH)이 칼슘을 조절하는 정확한 분자기전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저칼슘혈증은 혈중 칼슘이온 농도가 1.15 mmol/L 이하일 때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신경근육 이상으로 인한 손가락이나 발가락 뒤틀림, 말초신경 이상 등이 있다. 그 외에 신경불안증, 공항장애, 가슴 답답함으로 인한 과호흡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시훈 교수는 최근 고해상도, 고정확도 질량분석법과 FRET 기법을 이용해 칼슘의 양성 알로스테릭 ? 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작용하는 위치를 밝혀냈다. 혈중 칼슘농도를 조절하는 칼슘의 알로스테릭 현상이 PTH과 G단백질 결합 수용체인 PTH 수용체의 상호작용에 작용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서 발견한 PTH의 25번째 아미노산에 시스테인으로 치환된 PTH R25C에서는 알로스테릭 현상이 소실되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PTH의 25번째 아미노산인 아르지닌과 이 곳에 결합하는 PTH 수용체가 칼슘의 알로스테릭 현상에 매우 중요한 위치이며, 이를 통해 PTH의 작용으로 혈중 칼슘농도가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알로스테릭 작용이란 효소 단백의 활성 중심(기질결합부) 이외의 부위에 특수한 물질이 결합함으로써 그 효소의 입체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그 효소의 기능이 저해되거나, 촉진되는 것을 뜻한다.
이 교수는 가족성 특발성 부갑상성기능저하증으로 저칼슘혈증을 앓고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갑상선 호르몬의 25번째 아미노산이 아르지닌에서 시스테인으로 치환된 PTH R25C의 돌연변이가 부갑상선 호르몬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수용 능력을 저하시켜 결국 혈중 내 칼슘 농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뼈 속 등에 저장돼 있는 칼슘을 혈액 내로 보내는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저칼슘혈증의 분자적인 병인을 밝혀낸 것”이라며 “부갑상선 호르몬과 수용체의 상호 작용 및 체내 칼슘 항상성 유지와 뼈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하여 이와 관련된 질환인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부갑상선기능저하증, 골다공증 등 질환의 원인 및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저칼슘혈증은 혈액 내 칼슘 이온 농도의 감소로 근육의 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통상 신체 내 칼슘은 뼈에 대량으로 존재하고, 혈액 내에 미량이 녹아있다. 문제는 혈액 내 칼슘 이온 농도는 매우 중요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안된다. 신경전달체계 이상으로 각종 근육이상 증상에 따른 발작은 물론 심장 근육 이상에 따른 심부전은 물론 불안증, 공항장애 등을 유발한다.
칼슘은 신체 내 무기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체 내 칼슘 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심할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심정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에서는 칼슘을 섭취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연식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칼슘들이 세척과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제거되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에 운동은 하지 않지만, 음식을 짜게 먹는 고나트륨 식단과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커피와 탄산음료 등은 신체 내 칼슘의 고갈을 가속화시킨다.
이 교수는 “칼슘은 신체 내 가장 많은 무기질이지만, 현대인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라며 “칼슘은 신체 내에서 부족하더라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서 신체 내 필요한 칼슘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병적인 이유로 저칼슘혈증 등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