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석우 가톨릭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팀은 간암에서 억제된 유전자 활성을 유도해 간암세포를 억제하고 면역을 활성화하는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간암 억제 유전자 HDAC6의 마이크로 RNA Let-7i-5p’ 조절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HDAC6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Histone Deacetylases, HDACs)의 하나로 대부분 다양한 암종에서 발현이 증가하며, 종양의 형성 및 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남 교수팀은 2012년에 오히려 HDAC6가 간암에서 유일하게 종양 억제 유전자로 작용한다고 규명했다. HDAC6가 간암 억제 유전자로서 치료적 가능성은 인정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간암 억제 기전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남 교수팀은 HDAC6가 대표적인 후성유전조절인자 중 하나라는 사실에 근거해 정상 간세포에서 암 발생에 기여하는 다양한 마이크로 RNA(microRNAs)를 제어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런 가정 아래 간암 발생 과정에서 HDAC6가 기능을 소실하거나 억제됐을 때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종양 유발 마이크로RNA를 탐색해 Let-7i-5p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HDAC6의 발현이 감소하게 되면 종양 microRNA인 let-7i-5p의 발현이 증가하게 되고, 생체 내 강력한 혈관 신생 및 종양 성장 억제제로 잘 알려진 트롬보스폰딘-1(Thrombospondin-1, TSP1)의 발현이 감소돼(단백질 번역 저해) 간암 발생에 기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HDAC6-Let-7i-5p-TSP1 신호전달 축을 표적하는 간암 치료제 개발에 대한 단서를 마련했다. 겟으로 간암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또 Let-7i-5p에 의해 억제된 트롬보스폰딘-1은 대식세포의 종양세포 포식작용(phagocytosis)을 활성화하지 못해 종양 면역기능 소실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HDAC6의 활성을 유발하면 종양 유발 마이크로 RNA인 Let-7i-5p의 생성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et-7i-5p의 생성이 억제됨에 따라 트롬보스폰딘-1의 단백질 생성 증가에 의해 종양세포 성장, 전이 및 혈관 신생화가 억제됐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HDAC6에 의해 조절되는 트롬보스폰딘-1이 종양세포의 CD47 수용체와 우선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대식세포의 종양 면역기전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종양세포의 CD47 수용체와 대식세포의 면역억제 수용체인 SIRPa가 결합해 종양 면역을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간질환 관련 학술지인 ‘간장학’(Hepatology, IF=14.079)에 게재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