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오르면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졸음이 몰려오는 식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곤증은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사람은 물론 동물에서도 관찰된다. 스페인 등 일부 지중해 문화권 국가는 아예 ‘시에스타’라는 낮잠시간을 정해 놓기도 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위장에 혈액이 몰리게 된다”며 “이럴 경우 뇌로 가는 혈액이 줄면서 집중력 저하와 졸음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더위 탓에 체력이 빨리 저하되고 실내외 기온차가 커 쉽게 나른해진다. 식사 후 심하게 졸리다면 5 ~10분간 짧게 수면을 취해야 한다. 단 잠을 너무 많이 자면 야간에 수면을 취하지 못해 생활리듬이 깨질 수 있다.
아침식사를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 때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만큼 소화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식곤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체의 여러 기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생체시계’라고 한다.
생체시계에 맞춰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스테로이드 등 여러 호르몬의 분비량이 달라진다. 점심시간 전후엔 야간과 비슷한 상태로 생체시계가 맞춰져 졸음이 심해진다. 예컨대 체온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가장 낮다. 그 다음으로 정오를 전후로 체온이 낮아진다. 고 교수는 “낮과 밤이 전혀 구별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생체시계가 작동해 여러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며 “다만 생체시계는 총 25시간으로 24시간 보다 1시간 늦다”고 말했다. 이어 생체시계는 원래 25시간에 맞춰져 있는데 외부의 시간 변화에 의해 내부 생체시계를 24시간에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하루와 생체시계의 시간이 달라 여러 현상이 일어난다. 우선 하루 주기를 짧게 하는 것보다는 길게 하는 게 훨씬 견디기 편해진다. 즉 자는 시간이 밤 11시에서 아침 6시까지인 사람이 수면시간을 밤 12시에서 아침 7시까지로 바꾸기는 어렵지 않지만 수면시간을 밤 10시에서 아침 5시로 바꾸는 것은 아주 힘들다. 그래서 교대 근무는 아침, 저녁, 야간작업의 순서로 근무하는 게 저녁, 아침, 야간작업의 순서로 교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응하기 쉽다. 해외여행 시에도 서쪽으로 이동하는 게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시차에 잘 적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