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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의 습격’ 동남아·유럽여행 앞둔 20·30대, 2주 전 예방접종 필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4-16 20:22:20
  • 수정 2020-09-27 0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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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감염 가능, 평균 잠복기 2주 … 환자 접촉시 감염률 90%, MMR백신 예방률 97%

홍역 환자는 발진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감염력이 있어 사전 차단에 어려움을 준다. KMI한국의학연구소에서 해외 여행을 앞둔 성인 내원객에게 홍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홍역이 대유행 중인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과 유럽 지역 여행을 앞둔 20~30대는 여행 2주 전 최소 1번  MMR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을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홍역 환자와 접촉한 후 72시간 이내에 예방접종을 하면 홍역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위원장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는 최근 국내에서 산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홍역 대처법을 16일 공개했다.

홍역은 일단 유행하면 방역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유행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세계 최고의 방역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미국도 홍역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유럽 전역도 홍역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악화되는 양상이다. 홍역이 유행 중인 동남아 지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말할 것도 없다.

홍역은 발생 전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홍역의 감염 경로는 기침에 의해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감염, 비말감염, 접촉감염이다. 공기감염이 가능하므로 환자가 기침을 해서 나온 호흡기 분비물이 수 십 m 이상 멀리 퍼져나갈 수 있다. 예컨대 홍역 환자가 지하철 내에서 기침하면 이론적으로는 열차 내 모든 사람이 홍역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홍역은 잠복기가 평균 2주 정도로 긴 편이며, 보통 피부 발진이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홍역은 발진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감염력이 있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 증상이 없거나 감기 기운 정도가 있는 홍역 환자가 4일 동안 바이러스를 공기감염 형태로 계속 뿌리고 다닌다는 의미다.
 
이렇게 증상이 없는 환자를 방역당국에서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발진이 생겨 환자임을 알게 되어도 접촉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설령 알더라도 접촉자나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등의 기본적 대응 이외에 당장 홍역 확산을 막을 만한 마땅한 방역 수단이 별로 없다.
 
홍역은 ‘홍역을 치르다’는 관용어구가 생겼을 정도로 감염력이 높다. 실제 홍역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에 접촉하면 90% 이상에서 홍역에 걸린다. 일반적으로 홍역 환자 1명이 15~20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다. 면역이 없으면 홍역 환자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홍역에 걸릴 수도 있다.

감염력이 워낙 높고,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고, 공기감염 형태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홍역은 MMR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을 접종해 예방한다. 총 2회 접종이 권장되며, 1차 접종의 예방효과는 93% 정도이고 2차 접종까지 하면 97%로 올라간다.

홍역 예방접종은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군집면역(herd immunity)에도 기여하게 된다. 군집면역이란 특정 집단에서 해당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구성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방역당국은 홍역의 경우 군집면역이 95% 이상은 돼야 홍역 전파가 차단된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홍역 환자 1명이 20명을 감염시킨다고 했을 때 20명 모두가(100% 군집면역)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질환은 더 이상 전파될 수 없다. 

20명 중 19명이(95% 군집면역)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1명이 많아야 다른 1명에게 질환을 전파하게 된다. 이 경우 홍역 대유행은 일어나기 어렵다.
 
20명중 18명이(90% 군집면역)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1명이 2명에게 질환을 전파한다. 2명은 4명에게 전파한다. 이렇게 2배씩 환자가 증가하면 지역사회에 홍역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즉 전 인구의 95%는 홍역에 대한 군집면역을 가지고 있어야 지역 사회에서 홍역 유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간 전세계에서 보고된 홍역 환자 수는 22만90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년간 발생했던 17만 명과 비교해 약 5만9000명 증가한 수치다.
 
현재 전세계 홍역 확산의 주원인은 ‘반백신 정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논문을 게재했던 학술지 ‘랜싯(Lancet)’은 이 논문을 철회했으며, 앤드류 박사의 의사 자격은 박탈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반백신 정서’는 계속 유지돼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MMR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백신 접종률이 80%, 심지어 50%도 안 되는 지역이 속출했다. 이렇게 군집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홍역이 발생, 지금 유럽과 미국은 군집면역의 역습을 당해 홍역이 대유행하고 있다.

다행히도 홍역에 대한 국내의 군집면역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최근 국내 소아의 MMR 백신 2회 예방접종률은 95~99%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20~30대에 허점이 있다.
 
홍역은 걸리게 되면 평생 자연면역을 획득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홍역에 걸려 자연 항체를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1965년 홍역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었으나 필수 접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40세 이상은 접종을 받지 않았더라도 홍역에 걸려 평생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많다. 1983년 홍역에 대한 1회 예방접종이 필수 접종으로 시작됐고, 1997년부터 2회 예방접종까지 필수 접종이 됐다. 이 때문에 1983~1996년생은 1회 예방접종만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현재 20~30대는 홍역에 대한 충분한 면역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특히 20대의 경우 홍역에 항체를 가진 사람이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는 최근 연구들이 있다. 유행을 막기 위한 군집면역 목표 수준인 95%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 홍역은 아직 접종을 받지 못한 영유아와 20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 홍역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홍역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20~30대의 경우는 미리 홍역 항 검사를 해서 면역 여부를 확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또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과 유럽 등 홍역 대유행 지역을 여행할 20~30대라면 홍역 접종력이 불확실하거나 과거 1회만 접종한 경우 여행 2주전 최소 1회의 MMR 접종이 권장된다.
 
홍역 환자와 접촉한 후 72시간 이내에 예방접종을 하면 홍역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때문에 본인의 거주 지역에 홍역이 유행한다면 우선적으로 방역당국의 안내를 따르고 20~30대의 경우는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KMI 신상엽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유럽과 미국의 홍역 유행의 예처럼 ‘반백신 정서’ 등으로 인한 백신 접종 기피는 접종하지 않은 본인도 위험에 노출되지만 군집면역의 감소로 인해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 전체에 전염병 유행을 가속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국내 예방접종 시스템은 선진국과 견줘도 손색이 없지만 과거 다소 미비했던 시스템으로 일부 연령대에 충분한 면역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홍역은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있어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을 통해 본인의 면역과 군집면역을 획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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