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손상하는 세포 수준의 기작을 밝혀,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줄인 항암제를 개발할 단초를 국내 연구팀이 찾아냈다.
이용선·김인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암의생명과학과 교수팀은 ‘nc886’이라는 비번역(non-coding) RNA를 통해 항암제가 세포를 사멸시키고 부작용을 유발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항암화학요법은 일반적인 암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손상시켜 탈모, 혈구세포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항암제는 DNA에 손상을 주는 화합물이다. 이같은 화합물은 활발하게 분열해 DNA 복제가 필요한 암세포는 물론 모공세포나 피부(점막)세포처럼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분열하지 않는 정상세포에도 손상시킬 수 있는데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nc886이라는 비번역 RNA임을 밝혔다. 항암제가 nc886의 발현을 단시간에 감소시키면 ‘PKR’이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활성화된 PKR은 세포내 다른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면서 세포증식을 막고 결국 세포를 사멸시킨다.
nc886과 PKR의 기작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기작이 저해되면 정상세포는 항암제에 의한 손상을 받지 않는다. 즉 nc886의 발현을 조절하면 정상세포가 화학요법에 의해 손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nc886 발현량에 따라 약제의 처리농도나 시간을 맞추면 정상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
이용선 교수는 “항암제가 분열속도가 빠른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nc886의 발현을 조절해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4월 5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진단 및 치료용 물질로 ‘nc886’의 국내 및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를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