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일반적인 염기서열분석법으로는 놓치기 쉬운 국내 ‘선천성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특정 유전자 변이를 선별할 수 있는 새 프로토콜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선천성 중고도 난청은 신생아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이 중 8%가량을 청각신경병증이 차지한다. 청각신경병증은 내이까지 정상적으로 들어온 소리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고도난청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과 증상 양상이 다양해 적절한 치료법 선택과 치료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단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OTOF’ 변이로 발생한 청각신경병증은 인공와우이식수술로 청력을 회복할 수 있고 예후도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인에서의 유전적 특성이나 유전자 변이에 대한 진단법 관련 연구가 미진해 조기진단 및 치료가 어려웠다.
이에 최병윤 교수팀은 청각신경병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가계도 조사와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OTOF 유전자 변이의 종류와 비율을 확인했다. 그 결과 국내 청각신경병증 환자 중 90.9%가 OTOF 유전자의 변이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청각신경병증은 잔존청력이 남은 것처럼 보이거나,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가 까다롭다”며 “청각신경병증의 다수를 차지하는 OTOF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가급적 빨리 인공와우이식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문제는 최근 널리 사용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은 국내 환자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OTOF 유전자 변이를 선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공와우이식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이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변이를 진단하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제안했다. 이 프로토콜은 국내 청각신경병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총 7종의 OTOF 변이에 대해 직접적인 염기서열분석을 적용함으로써 놓치는 부분 없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청각신경병증을 찾아낼 수 있다.
최 교수팀은 또 청각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와우수술 시기에 따른 청력 회복 정도를 비교 분석했다. 만 18개월 이전에 이식수술을 받은 군 5명은 수술 후 6개월째 시행된 청각수행능력 평가에서 4.2점, 18개월 이후 수술군 5명은 1.5점을 받아 수술을 빨리 받을수록 청력이 더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윤 교수는 “새 프로토콜로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게 됐다”며 “선천성 청각신경병증 자녀를 둔 부모는 가급적 빨리 유전자검사를 받고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