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이민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최근 당뇨병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SGLT2 억제제’가 케톤체 대사조절 역할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케톤체는 지방산의 대사산물로 아세토아세트산, β-히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톤 등 3종 화합물의 총칭이다. 인체의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대체하고, 소아 간질 환자의 발작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돼 최근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분류된 일반 쥐와 당뇨병 쥐에 SGLT2 억제제를 투여하고 그룹별로 케톤 생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간, 콩팥, 소장, 대장 등 장기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SGLT2 억제제가 투여된 일반 쥐와 당뇨병 쥐군에서 모두 포도당 수치는 저하되고 혈중 케톤체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SGLT2 억제제는 최근 개발된 제2형 당뇨병 경구약제로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소변으로 나트륨과 포도당이 함께 배출돼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감량하는 등의 부가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미국·유럽당뇨병학회는 심뇌혈관질환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SGLT2 억제제를 처방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 SGLT2 억제제는 혈중 케톤체의 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간·콩팥·대장의 케톤체를 증가시켰다. 케톤을 만들어내는 여러 효소의 농도도 함께 상승했다. 이와 함께 콩팥·소장·대장 등에서 케톤을 체내에 흡수하는 데 필요한 여러 단백수송체 발현 현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호 교수는 “선행 연구를 통해 SGLT2 억제제가 혈중 케톤체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됐지만 케톤을 합성하는 각 장기내 변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며 “이번 연구는 간 이외에 주목도가 저하됐던 신장, 소장, 대장에서도 SGLT2 억제제에 의해 케톤 대사가 조절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SGLT2 억제제를 활용하면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감소시키고, 전신 케톤체 대사를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한 의미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SGLT2 억제제와 전신의 케톤체 증가 효과를 다룬 이번 논문은 ‘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s regulate ketone body metabolism via inter-organ crosstalk’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인‘당뇨병, 비만 그리고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IF=5.980)’ 4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