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는 성호르몬·성장호르몬 등의 분비기능을 담당하는 뇌하수체라는 기관이 존재한다. 이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 과다분비로 생리불순, 불임, 말단비대증, 쿠싱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뇌하수체종양은 뇌조직 중 호르몬의 분비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생긴 양성종양을 통칭한다. 신경교종, 뇌수막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뇌종양이다.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결과 뇌하수체종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3년 1만7488명에서 2017년 2만3572명으로 5년 새 34% 증가했다. 특히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는데 2017년 기준 여성 환자는 1만4947명으로 남성 환자보다 1.7배 많았다.
뇌하수체종양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비기능성 종양’과 ‘기능성 종양’으로 나뉜다. 호르몬과 관련이 없는 비기능성 종양은 종양 덩어리가 뇌 속에서 커지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종양 덩어리가 주변 신경조직을 압박해 시신경을 누르면 시야가 양쪽 끝부터 좁아지는 시야감소 증상이 발생한다. 정면은 잘 보이는데 양옆을 가린 것처럼 시야가 천천히 좁아져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양 크기가 계속 커지면 뇌척수액 흐름을 방해해 뇌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으로 악화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호르몬 이상을 일으키는 기능성 뇌하수체종양은 문제가 되는 호르몬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은 프로락틴호르몬의 과다분비를 유발하는 종양으로 전체 뇌하수체 종양의 40%를 차지한다. 포르락틴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여성에선 생리불순·유즙분비·불임, 남성에선 성기능감소·발기부전·불임·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날 수 있다.
종양에 의해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손발이 커지는 말단비대증이나 거인증이 생길 수 있다. 성장기 환자에선 거인증이 발생하고, 성장이 멈춘 환자의 경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뼈 말단 부위가 과도하게 커진다. 광대뼈, 턱뼈, 혀, 코, 손·발이 주로 커진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조모증, 복부비만,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쿠싱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는 호르몬 불균형에 따른 대사이상이 생기면 내분비내과나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이후 뇌하수체에 이상이 발견돼 신경외과 진료를 받게 된다”며 “시력감소로 안과에서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가 시신경 문제가 발견돼 신경외과로 내원하는 환자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외과에선 뇌하수체 정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하수체 종양 유무를 판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뇌하수체종양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게 기본 치료법이다. 흔히 뇌에 생긴 종양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뇌하수체종양의 경우 콧속으로 내시경으로 넣어 흉터 없이 수술하는 ‘내시경뇌수술(Endoscopic neurosurgery)’로 치료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4㎜ 두께의 얇은 카메라를 종양까지 접근시킨 뒤 파노라믹뷰로 확보된 시야를 통해 병변을 실시간 관찰하면서 종양을 제거하므로 재발률이 낮다. 양쪽 콧구멍으로 내시경과 수술도구가 들어가 흉터가 남지 않으며 2~3시간이면 수술이 끝난다. 출혈·통증이 적어 다음날 바로 퇴원할 수 있다. 단 좁은 공간에서 미세조작으로 진행되는 고난도 수술이라 상당한 임상 경험을 갖춘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게 중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전문의로 이뤄진 뇌하수체종양 다학제팀을 구성해 수술 정확도와 환자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수술 환자의 90% 이상이 재발 없이 좋은 예후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