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병·의원, 여성 전문병원 등의 난임시술 성공률을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난임부부들은 실력있는 병원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지만 병원 측은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획일적인 평가로 규모가 큰 병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난임시술 성공률 등에 대한 평가결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는 오는 9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 공포 이유에 대해 “어떤 의료기관이 난임시술을 잘하고 못하는지 등에 대한 난임부부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난임시술의료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난임시술을 받는 만 44세 이하 여성의 경우 체외수정 7회(신선 배아 4회·동결 배아 3회), 인공수정 3회에 걸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고령(45세 이상)을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연령을 제한한 것은 유산·기형·염색체 이상·임신 합병증 발생률 등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른 결과다.
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왔다. 2016년 9월부터는 난임 시술지원 소득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저소득층의 난임시술 지원금과 지원횟수를 늘렸다. 이를 통해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를 넘는 가구도 체외수정 시술 3회까지 1회당 100만원의 난임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난임시술 지원사업을 시작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투입된 예산은 국비 3746억5000만원, 지방비 4471억6000만원 등 총 8218억10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었지만 기대한 만큼 임신성공률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난임시술(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및 임신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지원 난임시술 임신율은 3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총 368개 병원이 8만7155건의 정부지원 난임시술을 실시했는데, 이 중 56.2%(4만8970건)가 11개 병원에서 이뤄질 정도로 쏠림이 심했다. 또 27개 의료기관은 단 한 건의 난임시술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임신율이 10%에 못미치는 병원도 59곳이었다.
난임으로 2년 째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직장인 변모 씨(34)는 “난임치료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데도 난임부부들이 병원 선택시 참고할 만한 데이터나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기본적인 시술 성공률 같은 정보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의료기관들은 대체로 임신성공률 공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어려운 케이스가 많이 몰리는 큰 병원은 임신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기준으로 성공률을 공개하면 병원이 지표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고 덜 위험한 난임 환자만 골라서 받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들이 인공수정보다 상대적으로 임신성공률이 높은 시험관아기시술 등에만 주력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35세 이상 여성, 폐경 직전 여성, 과거 시험관시술 등을 받았지만 임신에 실패한 사람처럼 성공률이 떨어지는 케이스는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하는 등 편법을 쓰는 병원이 생겨날 것”이라며 “결국 성급한 난임시술 성공률 공개로 인한 피해는 모두 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D병원 관계자는 “368개 병원 중 11개 병원에서 전체 난임시술의 56.2%가 이뤄질 정도로 환자쏠림 현상이 심한데 임신성공률이라는 단일 척도로 의료기관을 평가하면 이런 상황이 더 고착화될 것”이라며 “시술 난이도, 숙련도, 수술 빈도 등을 골고루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