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합병증을 막으려면 생활습관, 그 중에서도 식단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달거나 짠 음식을 조금이라도 많이 섭취하면 혈압과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흔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식품이 당뇨병 환자에겐 독이 되는 경우가 적잖다.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가 야채나 과일을 잘못 섭취하면 칼륨 수치가 상승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잡곡밥이 쌀밥보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 환자에겐 반만 맞는 이야기다. 보리를 비롯한 잡곡은 도정한 백미보다 섬유소가 많아 당 흡수를 지연시키고 공복감을 해소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잡곡밥도 당질 식품이어서 무조건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쌀밥과 비슷한 양만 섭취해야 한다. 단 도정이 덜 된 곡류, 검정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은 백미보다 칼륨 함량이 높아 합병증으로 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는 흰밥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
토마토는 단맛이 없고 식물학적으로 채소로 분류돼 당뇨병 환자가 혈당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먹어도 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마토의 당 지수(GI, Glycemic Index)는 약 30으로 딸기(29), 오렌지(31), 배(32)처럼 상대적으로 단맛이 나는 과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당 지수가 낮은 식품은 높은 식품에 비해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켜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 당뇨병 환자는 하루 토마토 섭취량을 350g, 즉 작은 크기 두 개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단 식품마다 1회 섭취 분량에 포함되는 당질 함량이 다를 수 있어 무조건 당 지수만 보고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돼 신장까지 손상됐다면 식단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일반인에겐 몸에 좋다고 알려진 과일과 채소를 과다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근육의 힘이 빠지거나, 이상감각이 발생하거나, 심장 부정맥으로 심장이 멎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일과 채소 종류에 따라 칼륨 함량이 다르다. 과일 중에선 바나나·참외·토마토·키위의 칼륨 함량이 많고 반대로 포도·오렌지·사과는 적은 편이다. 채소는 버섯·호박·미역·시금치·쑥·부추·상추에 칼륨이 많고, 가지·당근·배추·콩나물·오이·깻잎은 적다. 뿌리, 줄기보다 잎 부분의 칼륨 함량이 낮다. 이밖에 잡곡과 도정이 덜 된 곡류, 고구마, 감자, 견과류도 칼륨 함량이 높은 편이다. 푸른 채소나 해조류 등 칼륨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먹을 땐 물에 살짝 데치면 칼륨 함유량을 줄일 수 있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기본 식사 원칙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적당량의 음식을 먹는 것”이라며 “야채류에 많은 식이섬유는 혈당 감소에 도움되므로 칼륨 함량을 참고해 적절히 섭취하고 설탕이나 꿀 같은 단순당, 소금, 동물성지방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숨이 조금 차는 강도로 하루에 30∼60분, 일주일에 3회 이상 실시한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를 사용 중인 당뇨병 환자는 식후에 운동하는 게 저혈당 예방에 도움된다. 당뇨병 합병증이 심하거나, 심장이 좋지 않거나, 동맥경화증이 심한 환자는 식후에 운동할 경우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