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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아열대화에 ‘살인진드기’ 기승 … 추석 벌초·나들이 주의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9-28 08:56:28
  • 수정 2020-09-16 13: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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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기온 1.7도 올라 쯔쯔가무시·라임병 환자 증가 … SFTS 백신·치료제 無, 예방이 최선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사율이 30%로 높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나 야외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게 진드기다. 산이나 들판의 풀숲에 서식하는 진드기는 사람과 동물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이 때 숙주 피부에 상처를 내고 마취 성분과 함께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숙주로 넘어간다. 모든 야생진드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니며 0.5%정도만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선 참진드기(작은소피참진드기), 물렁진드기, 털진드기, 집먼지진드기, 옴진드기 등 760종의 진드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년 새 평균 기온이 1.6도 오르는 등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진드기 개체수가 4배나 늘었고, 남부에서 서식하는 진드기종이 북쪽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확인됐다.

진드기를 통해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쯔쯔가무시, 라임병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치사율이 3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4~11월 SFTS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린 뒤 6~14일 잠복기를 거치고 38~40도 고열, 오심·구토·설사 등 소화기 증상, 무기력증, 식욕부진, 혈소판 및 백혈구 감소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신경계통 이상 등이 동반된다. 현재까지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라 무엇보다 예방에 주의를 요한다.피부 밑에 출혈과 충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SFTS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4년간 감염 환자가 7.6배 늘었다. 올해엔 지난 4월 첫 사망 환자가 발생한 이래 사망자가 10명이나 된다. 최근 5년간 137명이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 SFTS로 목숨을 잃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사망한 환자가 20%가 넘는다. 사망자 중에선 농업활동을 하거나 임산물을 채취하다 감염된 여성 고령층이 많다.

쯔쯔가무시증은 활순털진드기에 물려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가 2001년 도시 2.8명, 농촌 15.9명에서 2016년 도시 11.7명, 농촌 65.6명으로 각각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잠복기는 약 6~21일 정도로, 대개 10~12일 사이에 발열, 오한, 발진, 림프샘 비대 등 증상을 보인다.

발열 후 약 1주일이 지나면 원형이나 타원형의 발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딱지가 남는다.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는 합병증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성 쇼크, 중추신경계 질환 등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물린 부위에 ‘가피’라고 불리는 검은 딱지가 생긴다.

라임병은 참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나선형의 보렐리아균이 신체에 침투해 두통, 피로감, 발열, 이동홍반(피부병반) 등 증상을 유발한다. 과녁 모양의 ‘유주성 홍반’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2016년 이전엔 해외 유입 환자만 보고됐지만 그 이후부터 국내 환자도 발생해 18명이 감염됐다. 국내 기온이 높아지면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쯔쯔가무시와 라임병은 발병 초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쉽게 치료가 가능한 편”이라며 “SFTS는 증상에 따른 내과 치료를 통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드기매개질환은 치명적이지만 초기 진단에 성공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야외 활동 후 고열·복통 등 발병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숲이나 풀밭에 갈 때는 노출되는 피부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반팔, 반바지보다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모자도 착용하는 편이 낫다. 풀 위에 앉거나 눕는 행동은 되도록 피하자. 불가피한 경우엔 맨살이 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반드시 돗자리를 깔아야 한다.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방법이다. 외출 후 샤워와 목욕은 기본이다.

야외 활동 시 입었던 옷과 돗자리는 잘 털어낸 뒤 반드시 세탁해 볕에 말린다. 반려동물 위생·청결관리에 신경 써야 함은 물론이다. 풀숲과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어 외출이나 산책을 하고 돌아온 뒤에는 매번 목욕을 시켜줘야 한다.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한다면 머리 부분을 핀셋이나 족집게를 이용해 집어 제거해야 한다. 이때 비틀거나 회전하면 안 된다. 진드기의 일부가 피부에 남을 확률이 크다.

김종훈 교수는 “보통 산이나 들판에서 나물이나 약초, 열매를 채집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환자가 대다수다. 야외 활동 시 산책로 등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는 행동은 위험하다. 해외여행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해외에 서식하는 진드기는 종류와 매개 감염병이 달라 진료가 어렵다. 의사에게 최근에 다녀온 장소나 국가를 말하는 편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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