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원인 3위, 발생률 2위인 대장암의 위험성과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이 진행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과 함께 2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장암 조기 발견 및 예방을 위한 ‘장(腸)주행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대장암의 위험성을 알리고 검진대상자 수검률을 높여 대장암 발생 및 관련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기획됐다. 대한장연구학회와 대한소화기암학회도 이번 캠페인에 참여해 학술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인 ‘장(腸)주행’은 △대장암 발생위험도 인식 △만 50세 이상 국민의 분변잠혈검사·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한 대장암 조기발견 △적절한 관리를 통한 건강한 삶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2017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대장암 사망률은 10만명 당 16.5명으로 위암 사망률 16.2명을 추월했다.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했을 땐 생존률이 낮은 3기 이상이 30~40% 수준에 달해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대장암 검진과정은 1차검사인 분변잠혈검사를 받고 결과가 양성이면 2차검사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을 통해 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위장관 출혈, 대장암 진단에 활용된다. 대장내시경검사는 내시경을 항문으로 삽입해 대장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으로 조직상태를 확인하고 대장용종 등이 발견되면 바로 떼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국가암검진 제도 개선내용을 발표하면서 만 50세 이상의 국민은 1년 주기로 누구나 본인부담금 없이 1·2차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실제 검사를 받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조사자료를 보면 국내 5대 암 검진사업 대상자 중 2017년 한 해 1차검사를 받는 국민은 33.5%였고 1차 양성반응이 나온 수검자의 2차검사 수검률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0.6%에 불과했다. 또 1차 양성반응 수검자 중 5000여명의 검진행태를 5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그룹에서 발생률이 33% 높게 나타났다. 이는 꾸준한 검진과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대장암 진단 현황과 예방에 대한 발제가 이뤄졌다. 첫번째로 ‘한국인의 대장암 현황 및 특성’을 주제로 발제한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장암 발병률 1위인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2030년에 한국 여자는 세계 두 번째, 남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가 된다”며 “암은 노화질환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발병률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검사의 불편함 등으로 수검률은 매우 낮아 경각심을 일깨우고 주기적인 검진을 하도록 홍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에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들이 대장암수술을 하면서 미국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 당시 수검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 전체 대장암 발생률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분변잠혈검사 및 대장내시경의 대장암 예방 효과와 유용성’에 대해 발제한 김현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암은 조기검진에 따른 위험이 감소하는 질환으로 검진 횟수에 따라 발병률과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다”며 “2012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차 분변잠혈검사와 2차 대장내시경검사 참여가 대장암 예방에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검진 방법보다는 검진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국가감시체계 확립과 의사의 자발적 질관리 및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도 측정 및 평가’에 대해 발표한 김태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암은 65세 이상 여성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으로 붉은 육류, 비만, 음주, 흡연, 유전적 요인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며 “흡연자는 발생위험이 1.63배 높고 담배를 끊어도 20년이 지나야 비흡연자와 비슷해지며, 하루 소주를 4잔 이상 마시는 음주자는 발생위험이 52% 상승하므로 금연과 절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대장암이 전체의 15~30%를 차지하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발생위험이 1.2~2.5배 높으므로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섬유소, 생선, 칼슘 등을 꾸준히 섭취하고 주당 15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훈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대장암은 80% 이상이 5~1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성적이 좋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대장암 선별검사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이번 캠페인에서 대장암 고위험군이 발생 위험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라디오광고, 카드뉴스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