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난치암인 교모세포종의 발암 시작 부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강석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과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대학원 교수팀은 융합연구를 통해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이 존재하지 않는 뇌실하영역(뇌실밑부분)에서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 IF: 41.577)’ 최신호에 게재됐다.
교모세포종은 뇌에 발생하는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뇌압 상승으로 인한 두통, 뇌신경마비, 언어장애, 성격변화, 정신기능이상, 경련 등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표준치료로 수술 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다.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정밀 암치료법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강 교수팀은 2013~2017년 뇌종양으로 수술받은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광범위절제 수술시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56.3%가 암세포가 없는 뇌실하영역에서 낮은 빈도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가 발견됐다. 뇌실하영역 중에서도 성상세포리본 영역에 돌연변이가 집중됐다. 또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했다.
환자에서 발견된 교모세포종 발생기전을 동물모델에 적용한 결과도 동일했다. 유전자 편집 동물모델의 뇌실하영역에 이식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P53, PTEN, EGFR)는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했고, 시간이 지난 뒤 교모세포종이 발생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암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방향이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교모세포종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 대한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석구 교수는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 발생부위가 아닌 정상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뇌실하영역에서 시작되는 것을 발견한 획기적인 성과”라며 “암 조직에 쏠려있는 암 연구의 방향을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 분야로 전환해야 암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뇌실하영역의 종양유발 돌연변이가 교모세포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막기 위한 치료약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 서경배 과학재단, 보건복지부 세계선도 과학자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