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팀은 최근 척추동맥에서 뻗어나와 소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후하소뇌동맥에 희귀동맥류가 생긴 60대 남성 환자에게 작은 동맥용 혈류전환기를 삽입, 동맥류를 제거하는 시술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혈류전환기는 뇌동맥류내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혈관을 재건하는 동시에 혈류를 유지시켜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신경중재기법이다. 혈관이 부풀어오른 동맥류 파열을 방지하고 동맥류 안의 혈전을 제거한다.
이번에 수술받은 최모 씨(60)는 평소 고혈압을 앓아 운동과 약물로 혈압을 조절해왔다. 그러던 중 두달 전부터 눈이 빠질 듯한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이 동반돼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박리성 방추형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소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후하소뇌동맥이 가로 13㎜, 세로 6㎜ 크기의 소시지 모양으로 부풀어오르고 혈관벽이 떨어져나간다.
보통 혈관 파열에 의한 뇌출혈 위험을 없애기 위해 동맥류엔 색전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소뇌혈관을 폐쇄하는 수술이나 색전술을 실시할 경우 소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외과적 수술은 뇌신경마비나 뇌간손상 위험이 존재했다.
서대철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팀 영상의학과 교수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대퇴부혈관을 통해 척추동맥에서 뻗어나온 후하소뇌동맥 말단부까지 접근시켜 1.5㎜ 직경의 미세도관을 삽입, 동맥용 혈류전환기를 삽입하고 혈관재건술을 시행했다. 혈관박리에 의해 혈관재건이 불완전하게 이뤄진 부위에 대해서는 혈관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했다.
후하소뇌동맥에서 발생하는 동맥류는 한쪽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낭상과 양쪽 혈관이 커지는 방추형의 두 종류로 나타난다. 분지혈관에서 발생하는 낭상 동맥류는 외과수술이나 색전술을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작은 피질동맥의 일정 혈관부분이 소시지처럼 부풀어오른 방추형 동맥류는 혈관벽이 손상돼 수술이나 색전술을 실시할 경우 출혈이나 혈관폐쇄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단된 동맥류 환자 2800명 중 박리성 동맥류는 약 2%였다. 박리가 발생하는 부위는 대부분 척추동맥이며, 척추동맥 분지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척추혈관에서 소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후하소뇌동맥에서 발생한 박리성 동맥류는 0.1%정도였다.
서대철 교수는 “박리성 뇌동맥류는 드물지만 적절한 때에 시술하지 않으면 뇌출혈이나 소뇌마비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무리한 목 운동 후 심한 두통이나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박리성 뇌동맥류는 목 운동, 구토, 재채기 등 갑작스러운 목 움직임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