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별에 따라 질환의 증상이나 약물효과 등이 크게 차이나므로 질병 진단 및 치료에 성별 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성차의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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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진주 경상대병원 교수팀은 위식도역류질환의 발생 기전이 성별에 따라 다르며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가슴쓰림, 목이물감, 우울감이 흔하게 나타나 삶의 질이 더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4일 발표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액과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를 손상시켜 가슴쓰림 등 각종 불편한 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동양권보다 서양에서 흔한 질환이었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비만 인구가 늘면서 국내 유병률이 10%까지 상승했다.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질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식도점막이 헐어 있는 역류성식도염과 식도 손상이 동반되지 않는 비미란성 역류질환으로 나뉜다. 국내에선 비미란성 역류질환이 80%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여성에서 많이 발견된다. 반면 역류성식도염은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류성식도염이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막아주는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 발현을 활성화해 식도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나영 교수팀은 성별로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 발현 정도와 임상 증상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역류성식도염 환자 45명, 비미란성 역류질환 환자 14명, 건강한 자원자 16명의 내시경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남성 역류성식도염 환자는 건강한 남성보다 밀착연접 관련 단백질 수치가 낮았다. 하지만 여성 역류성식도염 환자는 단백질 발현에 변화가 없어 발생 기전이 남성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슴쓰림, 위산역류, 흉통 등 역류성식도염 증상을 느끼는 환자 비율은 여성이 86.4%로 남성(56.5%)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목 이물감을 호소하는 비율은 남성이 28.6%에 그친 것에 반해 여성은 100%에 달했다. 게다가 여성 환자는 수면장애와 식이장애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나영 교수는 “이번 연구로 남녀의 역류성식도염 발생 기전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여성 환자는 남성과 달리 위식도역류질환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어 의료진은 이같은 성별 차이를 치료 방침에 적극 반영해 환자맞춤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가 발생하는 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7월호에 게재됐다.